KPSA 한국프로스포츠협회

Vol. 18 2025

글. 유지현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바이브컴퍼니에서 소셜 빅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트렌드 서적 <트렌드 노트>시리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붐,
그 안의 요즘 세대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가장 뜨거웠던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야구다. 2023년 810만여 명이었던 프로야구 관중 수는 2024년 역대 최초로 1,0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2025년 8월 역대 최소 경기 1,000만 관중을 달성하며, 시즌 1,200만 관중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K리그, V리그, KBL 등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다수가 2023년 대비 2024년, 2025년 시즌에 관중 수 상승을 보이며 국내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소셜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직관’이라는 키워드의 언급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연평균 약 14%의 증가율을 보인다. 프로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Z세대라고 흔히 일컫는 1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도 직관에 대한 언급이 증가하고 있다.

‘직관’ 키워드 연도별 언급량 변화
출처: Sometrend, Blog&Community&X&Instagram&Youtube, 2023.01.01 ~ 2025.07.31

한편, KBO에 따르면, 천만 관중을 돌파했던 2024년 KBO의 예매자 현황에서 2030 여성 관객 비중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또한 KBO가 진행한 프로야구 팬 성향 조사에서 2030 여성의 응원용품 구매력은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KBO 10개 구단의 MD 판매 실적이 모두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이처럼 Z세대가 프로스포츠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8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프로야구 2년 연속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다. ⓒ 연합뉴스

요즘 세대가 주목하는 건,
‘참여’

그렇다면 이들이 프로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전체 소셜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키워드와, 요즘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의 키워드 차이를 보면 그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프로스포츠 소비 행태는 크게 관람(직접 관람·티켓 예매), 시청(TV·유튜브 등 미디어 시청), 참여(유니폼 구매·응원가 부르기 등)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요즘 세대가 두드러지는 지점은 ‘참여’ 관련 키워드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1 나를 위한 소비이자 응원의 의미를 가지는 유니폼

프로스포츠와 연관된 키워드 중, 요즘 세대 커뮤니티에서 전체 대비 언급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키워드는 ‘유니폼’이다. 프로스포츠 리그의 흥행과 함께 다양한 기념 상품 및 협업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유니폼의 종류 역시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요즘 세대 소비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출시되는 다양한 유니폼을 비교하고, 해당 유니폼의 성격이나 디자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의 마킹을 단다. A라는 선수를 마킹한 유니폼을 구매하고 싶은데 어떤 유니폼이 A선수의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지 추천을 요청하는 글은 이미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세심하게 굿즈의 특성을 고려하고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고자 하기 때문에 ‘유니폼’이라는 키워드가 더 많이 언급되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유니폼에는 응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10만 원을 상회하는 유니폼은 물론, 그보다는 저렴한 마킹지(유니폼에 부착할 수 있는 선수의 이름과 등 번호)를 구매하는 요즘 세대 소비자들은 ‘용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들은 선수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이나 마킹지를 구매하면 적지만 일정 금액이 선수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선수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 메시지처럼 이러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프로스포츠 주요 연관어 카테고리별 비중 비교

출처: Sometrend, Community, 2023.01.01 ~ 2025.07.31

무신사는 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등과 함께 유니폼과 잡화류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 무신사

#2 굿즈, 일상 속 정체성을 드러내다

참여 행위는 유니폼 외 다양한 협업 굿즈의 구매와도 연관된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매주 브랜드와 화제성을 평가하는 브랜드 지수 BRIN 랭킹에 따르면, 2025년 7월까지 총 4번의 브랜드가 KBO와의 협업으로 랭킹에 올랐다.

가장 최근인 8월에는 키링과 리유저블 백을 굿즈로 제공한 메디힐이 화제가 되었고, 5월에는 두산베어스와 협업한 스파오, 3월에는 케이스티파이 케이스와 크보빵이 화제성을 얻었다. 그 외에 K리그와 산리오의 콜라보 역시 많은 팬에게 언급되었다.

이러한 브랜드들 역시 요즘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인 X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응원 막대 같이 직접적인 응원 도구 외에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 휴대폰 케이스, 가방처럼 일상생활 속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굿즈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같은 팀 굿즈를 가진 사람과 우연히 마주치며 느끼는 소속감과 유대감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공유되는 장면이다. 이처럼 굿즈는 응원하는 팀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2025 KBO 협업 브랜드 화제성 랭킹

출처: 생활변화관측소 브랜드 랭킹 BRIN

ⓒ 메디힐

메디힐이 KBO와의 콜라보로 선세럼 등 제품 구입 시 각 팀의 선수 키링, 리유저블 백 등 제공해 인기

ⓒ KBO

SPC 삼립이 한국야구위원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선보인 크보빵(KBO빵)이 출시 사흘 만에 100만 봉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

ⓒ 케이스티파이

KBO 리그 소속 10개 구단의 팀 아이덴티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개발 및 적용한 휴대폰 케이스 외에도 이어폰 케이스, 보조배터리 등이 인기

ⓒ 스파오

데님 셔츠 유니폼, 윈드브레이커, 후드집업 등 실용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여 더욱 화제

#3 콘텐츠의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요즘 세대의 프로스포츠 소비

또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 채널 활용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굿즈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했다. 크보빵을 구입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띠부씰을 보여주는 ‘띠부깡’,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한 KBO 오피셜 컬렉션 카드를 구입해 오픈하는 ‘KBO 카드깡’ 등의 콘텐츠가 다양한 채널에 게시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여기서 응원하는 선수의 띠부씰이나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X, 커뮤니티, 당근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교환해 낸다.

이처럼 요즘 세대에게 프로스포츠는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거나 시청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콘텐츠를 즐기고 또 재생산하는 데 능숙한 요즘 세대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그 영향력은 더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라는 장르의 재미와 감동, 오프라인 경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체험적 요소가 프로스포츠 흥행의 주요한 요소임은 당연하겠지만, 현재 요즘 세대에게 프로스포츠가 더 주목받는 것에는 이와 같은 콘텐츠의 흥미도 및 파급력 역시 주요했다.

ⓒ 유튜브 쇼츠 캡처
2025 ‘KBO 카드깡’ 콘텐츠 ⓒ 릴카 유튜브 ⓒ 번개장터 캡처

요즘 세대의 프로스포츠는
관람으로 시작해, 언박싱·교환·확산으로
완성되는 ‘우리만의 경기’다.

참여로 진화하는 요즘 세대의
프로스포츠 라이프

관람과 시청 같은 수동적 행위보다 참여라는 능동적 행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요즘 세대다. 콘텐츠를 즐기더라도 한 번의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확장 및 재생산한다. 일상과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열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요즘 세대가 프로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는 핵심적인 이유다. 이와 같은 요즘 세대의 참여 중심 문화와 콘텐츠 소비 패턴을 이해하고 이에 맞춘 전략이 지속된다면, 프로스포츠는 그들에게 단순한 경기 이상을 넘어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