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SA 한국프로스포츠협회

Vol. 17 2025

글. 육성연

헤럴드경제 푸드전문 매체인 리얼푸드 기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농정원 소비공감, 삼성생명 VIP매거진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노화 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 식단’

젊은 세대에서 ‘마라탕’을 먹고 디저트로 ‘탕후루(설탕을 발라서 굳힌 과일 꼬치)’를 먹는 것이 유행하면서 신조어 ‘마라탕후루’까지 생겼다. 얼얼하게 매운 마라탕에 설탕을 듬뿍 바른 탕후루는 모두 건강과 거리가 먼 음식들이다. 이런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던 젊은 세대가 최근엔 웰빙 음식에 빠졌다.

화제인 ‘저속노화(Slow-aging)’ 식단이다.

저속노화 식단은 말 그대로 노화 속도를 천천히 늦출 수 있게 만드는 음식을 말한다. 우리 몸의 노화 시계를 최대한 늦추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식단은 통곡물에 채소, 과일, 콩, 견과류 등 건강한 식품으로 구성된다. 단백질은 붉은 육류를 줄이는 대신, 생선이나 콩, 달걀 등을 통해 양질의 단백질을 얻는다. 물론 가공식품 및 단 음료 섭취도 최소화한다.

현대 의학으로 노화를 멈추게 할 순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 등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음식이다. ‘저속노화’ 열풍을 일으킨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TV 방송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화 속도는 자신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며 “무엇을 먹느냐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던 젊은 세대가
최근엔 웰빙 음식에 빠졌다.
화제인 ‘저속노화(Slow-aging)’ 식단이다.

정제 탄수화물 섭취
를 줄이는 것이 핵심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은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정희원 교수는 “저속노화를 위해선 노화를 빠르게 만드는 흰밥, 흰빵과 같은 정제 곡물이나 설탕과 같은 단순당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혈당 관리는 노화 및 건강 관리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아침 식사에서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공복에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더 빠르게 올라간다. 흰밥과 흰빵뿐 아니라 과일주스도 마찬가지다. 액체 상태에선 과일의 당분과 과일주스에 포함된 설탕이 더 빠른 속도로 혈당을 올린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영양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백질은 동물성과 식물성이 균형 잡힌 식단으로 구성해야 가장 좋다. 예컨대 달걀+콩, 생선+두부 등의 조합이다. 또 하루 총섭취량을 한 번에 몰아먹지 말고, 끼니마다 나눠 먹는 것도 단백질 흡수를 높이는 방법이다. 식이섬유의 경우,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을 통해 여러 색감의 컬러푸드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하다.

중년층은
‘저속노화밥’에 관심

저속노화 식단은 세대별로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40대 이상의 중년층은 ‘저속노화밥’에 관심이 높다. 주로 먹는 한식 밥상에 적용하기 쉬워서다. ‘저속노화밥’은 백미의 비율을 줄이고, 콩·귀리·현미 등의 통곡물을 많이 넣는 것을 말한다. 노화 지연에 좋은 ‘고단백·고식이섬유’ 밥이다.

정희원 교수가 소개한 ‘저속노화밥’ 레시피도 인기다. 밥을 지을 때 콩·귀리·현미·백미의 비율을 각각 4:2:2:2 비율로 맞추면 된다. 정 교수는 “이렇게 밥을 먹으면, 흰 쌀밥보다 혈당 증가 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포만감도 오래 유지된다”며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콩을 자주 먹는 식단은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콩은 복합탄수화물과 식이섬유, 단백질이 풍부한 ‘장수 식품’이다. 특히 정 교수가 평소 자주 먹는다는 렌틸콩은 저속노화 식단으로 인기를 얻은 대표 식품이다. ‘슈퍼푸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건강 전문지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과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 10대 슈퍼푸드’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렌틸콩(브라운) 100g의 단백질 함량(22.6g)은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병아리콩(이집트콩·17.7g)보다 많다. 식이섬유 함량(15g)도 바나나(2.2g), 고구마(2.4g)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에 동물성 식품에 많은 철분(7.1㎎)과 아연(3.1㎎)도 풍부해 채식 식단용으로도 적합하다. 렌틸콩은 백미와 함께 밥으로 지어 먹거나, 밥솥에 렌틸콩만 넣고 익혀서 그대로 먹어도 된다.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다.

젊은 세대는 ‘간편한’ 저속노화 식단을

젊은 세대는 ‘간편식’으로 저속노화 식단을 즐긴다. ‘간단하면서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먹는 것’이 트렌드다. ‘통곡물밥’ 역시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즉석밥으로 해결한다. 최근에는 통곡물에 버섯, 채소, 견과류까지 넣는 등 즉석밥 종류도 다양해졌다.

조리 과정 없이 소스만 뿌려서 바로 먹는 ‘낫또’나 ‘한 입 두부’ 등의 간편식도 선호한다. 건강한 단백질을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젊은 세대는 간식도 건강하고 즐겁게 먹는 트렌드가 강하다. 음료나 디저트, 샐러드에서도 저속노화 음식을 적극 활용한다. 대세인 ‘저당 또는 무당’ 음료를 비롯해 단백질이 추가된 ‘프로틴 음료’나 ‘프로틴 과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지어 아이스크림과 젤리,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 분야에서도 ‘프로틴 제품’을 찾는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유행인 ‘그릭요거트’ 역시 저속노화 메뉴로 떠올랐다. 단백질 함량이 일반 요거트보다 높고, 장 건강과 면역력에 좋은 유산균도 많다. 특히 당분을 낮춘 플레인 그릭요거트에 그래놀라, 블루베리, 아몬드, 꿀 등을 올린 메뉴가 인기다.

렌틸콩 역시 샐러드나 간식 제품을 활용한다.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브런치 가게나 샐러드 전문점에서는 신선한 채소에 렌틸콩을 곁들인 샐러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프로틴바와 같은 간식 제품에서도 렌틸콩의 활용이 늘었다.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에서 ‘노화’ 키워드는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속노화’ 열풍에 따라 다양한 ‘슈퍼푸드’가 식품사와 외식업계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적인 식품을 찾는 젊은 세대 요구에 맞춰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과 다른 식재료와의 대담한 페어링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