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SA 한국프로스포츠협회

Vol. 17 2025

글. 조은경

미디어랩 나무 대표. 외국계 홍보대행사와 공공 홍보대행사를 거쳐 공기업 홍보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언론홍보, 공공캠페인, 이슈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다양한 홍보 경험을 쌓아왔다. <한권으로 끝내는 공공홍보 이론부터 실전까지> 저자

걷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무해한 게임
피크민블룸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게임이 있다. 나이앤틱과 닌텐도의 협업으로 개발된 피크민 블룸은 경쟁이나 전투 없이, 걷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주는 무해한 게임이다. 사용자의 걸음 수에 따라 피크민이라는 가상의 생명체를 키우고, 함께 꽃을 심으며, 매일의 여정을 사진과 노트로 기록하는 이 게임은 분주한 일상에서 소소한 위로를 안긴다.

캐릭터들이 유저를 따라가며 풀밭을 꾸미고 선물을 가져다주는 설정은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위로를 제공하는 콘텐츠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해한 경험을 통해 건강과 일상의 기쁨을 선물하는 이 게임은 무해한 즐거움 그 자체다.

친환경은 무해력의 시작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플라스틱 폐기물 종식(End Plastic Waste)’ 캠페인을 통해 지속가능성이라는 무해한 철학을 스포츠의 가치로 연결했다. 아디다스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팔리 오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여 운동화,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해함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지속가능한 행동’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착한 브랜드와 함께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며,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포츠 브랜드가 환경 문제에 앞장서는 모습은 단순한 광고 이상의 사회적 역할로 기능한다.

공감과 위로로 소비자와 소통하다
빤쮸토끼 유한킴벌리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의 캐릭터 ‘빤쮸토끼’는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MZ세대에게 소소한 위로를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유한킴벌리는 빤쮸토끼와의 협업을 통해 생리대 브랜드 ‘화이트’의 이미지 리포지셔닝을 시도하며, 감정적 공감 기반의 무해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빤쮸토끼는 다양한 표정으로 ‘그날’을 겪는 이들에게 감정과 대사로 대변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굿즈 세트와 함께 제공된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 제품을 넘어 ‘응원 선물’로 인식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SNS에서는 “생리대를 사면서 힐링받은 건 처음이다”, “이렇게 귀엽고 무해한 브랜드 캠페인은 환영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민감한 주제를 빤쮸토끼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풀어낸 유한킴벌리의 접근은, 무해함이 곧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화이트 인스타그램

유쾌한 소통으로 스포츠 팬을 사로잡다
팝타르트

최근 스포츠마케팅에도 ‘무해함’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도한 경쟁, 남성성 과시, 공격성 등 전통적 스포츠 광고의 자극적 요소 대신, 유머와 위트를 활용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켈로그사가 후원하는 대학 미식축구 경기인 ‘팝타르트 볼(Pop-Tarts Bowl)’을 들 수 있다.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마스코트를 활용한 기발하고 유쾌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먼저, 마스코트의 익살스러운 설정과 퍼포먼스는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REALLY DO COME TRUE)’라는 푯말과 함께 경기장에 등장한 마스코트는 토스터 위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 토스터 안으로 들어가 실제 먹을 수 있는 팝타르트로 변신해 나타난다. 이후 팝타르트 볼 경기 우승팀이 팝타르트로 만든 트로피를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폭력, 비하, 혐오 요소 없이 유머와 위트로 구성된 퍼포먼스는 SNS 상에서 수많은 밈을 생성하며, “이상하지만 귀엽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웃을 수 있어서 즐겁다”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 Poptartsbowl 인스타그램 © Poptartsbowl 인스타그램

‘무해력’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4가지 전략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여전히 ‘열정’, ‘강함’, ‘승부’ 중심의 메시지가 강하다. 물론 이는 스포츠의 본질과 닿아있지만, 팬과의 정서적 접점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 프로스포츠에도 무해함을 더해 팬층을 넓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할 때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무해함’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캐릭터 기반 감정 마케팅

구단 마스코트를 단순한 응원 도구가 아닌, 팬들의 일상에 위로와 힐링을 주는 ‘감정형 캐릭터’로 재구성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귀여운 굿즈, 유쾌한 밈 콘텐츠 등을 통해 팬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마스코트를 일상 속 브랜드 접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2. ‘유쾌한 경기장’ 콘텐츠 시리즈

승패를 넘어 ‘경험’ 자체가 즐거운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장의 소리를 담은 ‘스포츠 ASMR’, 경기 시작 전 선수와 팬이 서로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Feel Good 챌린지’, 심판이나 팬과의 유쾌한 상호작용 영상 등을 통해 자극 없이도 유쾌하고 긍정적인 팬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3. 착한 브랜드, 착한 스포츠 캠페인

구단이 주도적으로 ESG 활동을 펼침으로써 ‘좋은 브랜드’로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환경 정화 캠페인, 유기동물 보호 활동, 무분쟁 제품 기반 유니폼 등으로 브랜드의 윤리성과 무해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4. ‘건강한 관람 문화’ 캠페인

프로스포츠 현장을 누구나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린이 팬을 위한 ‘키즈 팬 존’ 운영, 욕설과 혐오 표현 없는 ‘클린 응원석’ 조성, 그리고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무해한 밈 공모전’이나 ‘걷기 챌린지’ 같은 가벼운 소셜 캠페인을 통해 심리적 안전성과 참여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프로스포츠가
무해함을 택해야 하는 이유

무해한 마케팅은 단지 ‘안전’해서 좋은 전략이 아니다. 소비자는 ‘해를 끼치지 않는 브랜드’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높고, 실제로 무해력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프로스포츠 역시 팬과 사회 모두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논란이 없는 유쾌함과 친환경 경험을 제공할 때, 젊은 세대의 충성도와 새로운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가 다음 세대의 팬을 사로잡고 싶다면, ‘무해한 즐거움’을 선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