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현주 사진. 카카오, 세븐일레븐,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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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서비스에서 무해력 트렌드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귀여운 이모티콘은 언제나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선호하는 귀여움에는 조금 다른 특징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바로 어딘가 무해하고 하찮은 감성이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2024 카카오 이모티콘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춘식이’, ‘망그러진 곰’, ‘담곰이’는 이모티콘 TOP10 내에서도 5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망그러진 곰’, ‘담곰이’, ‘부실감자’, ‘눈멍이’는 꼬질꼬질하고 쭈글쭈글 소심한 모습이 하찮아서 더 귀엽다며 인기를 끌었고, ‘춘식이’는 아기 고양이 콘셉트로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습니다. ‘윈터’와 ‘아리’ 역시 귀여운 아이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인기 요인입니다. 또 ‘윈터’, ‘업티콘’, ‘아리’는 모두 다정한 긍정 메시지로 무해한 감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이밖에도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죠르디’ 역시 공룡이라는 강한 이미지와 달리, 어딘가 짠하면서도 응원하고 싶은 매력으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사용자들에게 부담 없이 편안한 감정을 전달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 어딘가 어설픈 이모티콘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시나요?
완벽함보다는 편안함과 공감을 추구하는 최근 사용자들의 성향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이나 높은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약간의 빈틈이나 부족함이 사용자들에게 친근함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모티콘들은 마치 나의 서투른 감정 표현을 대신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가볍고 솔직한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꾸밈없고 부담 없는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니 이모티콘의 인기 역시 최근의 무해력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보는데요.
2024 인기 미니 이모티콘 TOP 10 © 카카오
2024 인기 미니 이모티콘 TOP 10 © 카카오
2024년 3월 처음 공개된 미니 이모티콘은 카카오톡 대화 속에서 텍스트와 함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작은 크기의 이모티콘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1,700만 명이 미니 이모티콘을 경험했습니다.
단순하고 작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듯한 이모티콘들이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과하지 않은 귀여움’, ‘빈틈 있는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미니’라는 사이즈 자체가 주는 소소함과 절제된 감정 표현이 무해한 이미지와 잘 맞물려,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합니다. 눈만 깜빡이는 고양이, 미묘한 표정을 짓는 병아리 등은 말 대신 ‘분위기’를 전하는 데 탁월합니다. 이런 이모티콘들은 관계에 과한 감정을 쏟지 않고도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카카오프렌즈에서 선보인 ‘무해력’과 관련된 캐릭터와 굿즈는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고, 사용자들의 ‘입덕’ 포인트가 무엇인지 분석해 주세요.
최근 카카오프렌즈에서는 ‘춘식이’와 같은 캐릭터를 통해 무해력 트렌드를 반영한 굿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춘식이’는 귀엽고 소박한 외모로 사용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며, 다양한 일상 속 상황을 담은 굿즈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캐릭터에서 편안함과 힐링을 느끼며,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KBO와 협업해 왔는데, 올해는 각 구단 유니폼을 입은 춘식이 키링 인형과 차량용 방향제 세트를 출시하였습니다. 특히, 춘식이 방향제 세트는 유니폼을 입은 춘식이와 함께 야구공으로 변신한 춘식이로 구성돼 귀여움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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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무해력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와 빠른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들은 자극적이고 경쟁적인 콘텐츠보다는 정서적인 안정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해력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줍니다. 편안함, 솔직함, 그리고 약간의 어설픔에서 오는 인간적인 매력은 디지털 세상에서 따뜻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무해력 트렌드가 카카오의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무해력 트렌드와 더불어 최근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춰 미니 이모티콘 ‘문자기획전’을 실시하였습니다. 글쓰기와 읽기에 매력을 느끼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의 확산에 주목, ‘미니 이모티콘으로 즐기는 텍스트 힙’을 주제로 문자기획전을 열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손글씨 감성이 담긴 알파벳, 키치한 레트로 한글, 복고풍 한글카드, 따뜻한 그림문자, 고양이를 모티프로 한 초성 메시지 등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미니 이모티콘으로, 취향에 따라 여러 미니 이모티콘을 조합하면 다양한 감정이나 상황을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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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 트렌드인 ‘무해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세븐일레븐은 이 트렌드를 언제부터 인지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무해력은 MZ세대의 감성을 상징하는 키워드입니다. 그 감성은 다양하게 표출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세븐일레븐은 ‘무해력’을 갖춘 캐릭터 IP 콜라보를 지난 2022년부터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업계 최초로 ‘토이캔디’를 전략적으로 도입해 ‘포켓몬 서프라이즈 마이키링’ 출시를 시작으로 ‘짱구’, ‘산리오캐릭터즈’ 키링 등 다양한 토이캔디 상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후 캐릭터 콜라보 상품이 ‘무해력’이라는 힘으로 힐링 요소가 된다는 점을 캐치해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전략적 상품을 계속해서 출시했습니다.
무해력이 세븐일레븐의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세븐일레븐은 최근 몇 년 새 ‘캐릭터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캐릭터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3대 행사인 데이행사(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기획상품에 무해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선보여오고 있습니다. 2022, 2023년에는 ‘산리오캐릭터즈’, 2024년에는 ‘빵빵이’, 그리고 올해는 ‘키키쿼카’를 활용한 콜라보 굿즈 상품들을 다수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콜라보 효과에 힘입어 데이행사 당시 기획상품 매출은 매년 평균적으로 두 자릿수 가량의 매출신장률을 보여왔습니다.
이외에도 새롭게 출시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나 게임 캐릭터 IP 콜라보를 통해서도 무해력을 접목시킨 마케팅을 선보여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에는 넷마블 온라인 게임 ‘야채부락리’에 등장해 MZ세대의 탄탄한 지지와 인기를 확보한 ‘쿵야’ 캐릭터 콜라보 파우치 음료 2종을 출시해 현재까지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는 영화 <이프: 상상의친구>와 콜라보한 스낵 상품 4종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무해한 매력으로 인기를 끈 캐릭터 굿즈나 콜라보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K리그, 산리오캐릭터즈 트리플 콜라보로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를 선보였습니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구단을 산리오캐릭터즈 캐릭터들과 결합했던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는 당시 ‘축덕(축구 덕후)’들의 열띤 호응을 얻으며 팝업 기간 내 25만 명 이상의 방문객과 1만 명 이상의 오픈런을 기록했고,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역대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를 달성하였습니다. 특히 스포츠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MZ세대의 특성과, 무해력을 지닌 캐릭터가 결합되면서 10~30대 젊은 여성층의 구매력을 크게 자극하였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 캐릭터 굿즈를 발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캐릭터 굿즈 개발 시 해당 캐릭터 IP를 소비하는 고객층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리고 시대를 잇는 대중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10대 학생층에게 인기가 많은 산리오캐릭터즈의 경우 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아이템인 ‘다이어리’, ‘렌즈케이스’, ‘미니 캐리어’ 등으로 기획한 바 있습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를 통해 2030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랏소베어’의 경우 직장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우스패드, 파우치 등으로 IP를 활용해 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상품 내에 1020세대의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트렌드를 반영해 키링, 스티커, 패치 등을 동봉한 기획상품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특정 세대층에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세대 구분 없이 호불호가 없는 콘텐츠들입니다.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세븐일레븐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굿즈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콜라보하는 IP 캐릭터의 톤앤매너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세븐일레븐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캐릭터가 지닌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리 브랜드를 표현하는 특징들을 잘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산리오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아트워크(브랜드를 위해 단독으로 제작되는 아트소스) 상품 시리즈를 선보였을 당시 캐릭터의 컬러감과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 브랜드 컬러를 파스텔톤으로 톤다운을 시켜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상품마다 각 캐릭터의 특성을 고려해 상품을 매칭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2023년 화이트데이 당시 산리오캐릭터즈 인기 캐릭터 ‘시나모롤’의 꼬리가 시나몬빵처럼 생겨 이름이 붙었다는 캐릭터 세계관을 살려 접시, 테이블보 등 주방용품들을 구성한 기획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굿즈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누구이며, 해당 고객층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븐일레븐은 폭넓은 연령층이 이용하는 편의점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밀레니얼부터 알파세대까지 각각이 선호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당시 캐리어, 렌즈케이스, 뽀글이가방 등 실용적인 기획상품들이 높은 매출을 기록한 만큼 올해 밸런타인데이 상품 역시 실생활 활용도가 높으면서도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아이템들로 준비했습니다. 아이템들은 당사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 연령별 구매율이 높은 품목들을 추려 각각 어울리는 캐릭터와 접목시켜 오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캐릭터 콜라보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요? 과거 캐릭터 콜라보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와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세븐일레븐의 수많은 캐릭터 콜라보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바로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입니다. 지난 2022년 빼빼로데이 당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이후 2023년 밸런타이데이부터는 2022년 빼빼로데이에 비해 무려 350% 증가한 바 있습니다. 특히, 신학기를 맞아 선보인 시나모롤 트롤리 캐리어가 초등학교나 유치원 입학선물로 입소문을 타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준비한 물량 10만여 개의 캐리어가 조기 완판되어 추가물량을 긴급 공수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상품입니다. 이후 화이트데이, 휴가철 등에도 추가 버전을 선보여 왔으며, 이렇게 판매된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의 총 매출은 약 92억 원에 달합니다.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는 매 출시 때마다 품귀현상을 보이며 세븐일레븐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잡은 바 있습니다.
콜라보 대상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나요?
상품 타깃층이 현재 가장 관심있어 하는 IP에 주목하고 해당 IP의 세계관이나 내용이 당사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적합한지 등을 고려합니다. 또한 IP의 정체성을 당사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카테고리 중 어디에 어떻게 녹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일례로 K리그와 콜라보를 진행할 당시에는 아이돌 팬문화인 ‘포토카드’ 수집문화를 연결해 ‘K리그 파니니카드’라는 완구 카테고리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또 축구 경기를 보면서 즐기기 좋은 팝콘도 ‘세븐셀렉트 K리그 팝콘’으로 선보인 바 있습니다. 특히 이 상품에는 한정판 ‘K리그 파니니 스티커’를 동봉했는데요. 상품의 희소성 덕분에 팬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처럼 세븐일레븐은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는 기업 중 하나인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K리그 파니니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포츠 포토카드 출시를 거쳐 지난해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 오픈과 롯데 자이언츠와 콜라보한 ‘마! 응원’ 상품까지 혁신적인 스포츠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선보여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스포츠 팬덤을 새롭게 흡수하며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도전, 변화, 역동, 영 & 트렌디(young & trendy)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브랜드 이미지 리포지셔닝 또한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 세븐일레븐이 주력 타깃층으로 하는 2030세대를 포섭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프로스포츠 산업에 도입할 만한 무해력 관련 아이디어나 협업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난해 FC 세븐일레븐이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스포츠 분야와 캐릭터를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다. 최근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직관’ 팬들이 늘어나면서, 응원 문화와 ‘별다꾸(별걸 다 꾸미기)’ 트렌드가 결합된 ‘응원가방 꾸미기’나 응원 굿즈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스포츠와 캐릭터가 결합된 소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스포츠 구단이 보유한 인기 굿즈 데이터들도 활용해 상품 개발에 접목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CJ ENM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아 역대 최다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중 무해력이 돋보이는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올해 자사 콘텐츠 라인업 중 ‘무해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최근 종영한 예능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과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있고, 하반기 방영될 <무쇠소녀단2>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에서는 에드워드리 셰프와 세 배우가 겨울 동안 전국을 누비며 시골밥상 레시피를 재해석하는 미식여행기를 펼쳤는데요, 감동의 눈물과 즐거운 웃음을 오가며 추운 겨울을 녹여준 마음 따뜻한 예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언슬전>은 CJ ENM의 대표 ‘무해 드라마’로 볼 수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스핀오프로, <슬의생> 시리즈 특유의 인간미와 삶의 고민을 다룬 스토리로 다시금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반기 방영을 앞둔 예능 <무쇠소녀단2>는 작년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여자 배우들의 철인 3종 경기 도전기를 그려 화제가 된 <무쇠소녀단>의 두 번째 시즌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최근 트렌드에 알맞은 콘텐츠인 만큼 새 시즌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tvN은 올해의 콘텐츠 키워드로 ‘도파민’, ‘무해력’을 꼽았는데요. 특히 무해력을 꼽은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년에는 통쾌한 복수를 그린 회귀물 <내 남편과 결혼해줘>, 순애보 로맨스 <선재 업고 튀어>, 흡입력 강한 드라마틱한 전개의 <정년이> 같은 이상적인 특성을 가진 스토리들이 성공했다면, 올해는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의 불안 해소에 도움 되는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거나, ‘나락도 락이다’라며 ‘해탈 밈’을 생산해 내는 등의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자사 콘텐츠에서도 이 흐름을 반영하여, 현재 사람들의 마인드셋과 상통하는 콘텐츠를 선보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와 즐거움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언슬전> <언니네 산지직송> 등 무해함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실제로 인기를 얻고 있나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그 인기의 이유에 대해 분석 부탁드립니다.
<언슬전>은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리얼한 병원 생활 성장기를 다루며 성장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최종회 시청률은 8.1%(닐슨코리아 기준), 2025년 tvN 드라마 기준 티빙 라이브 시청 UV 최고치를 달성했고, 넷플릭스에서는 글로벌 TV 쇼 비영어 부문 TOP 10 차트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2025. 4. 23 기준). 또한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종영했고, 클립 영상 누적 조회수도 8억 뷰를 돌파하며 온라인에서도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아직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 전공의라는 존재들의 성장 과정과 그 속에서 전공의들의 고민, 화합 등 인간적인 면모들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덕에 성황리에 종영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언니네 산지직송>에 출연하는 네 배우는 ‘사 남매’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케미와 흥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방영된 6회는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 6주 연속 케이블과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입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배우들이 완도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10인분 냄비에 파스타를 끓이는 등 평소 흔히 볼 수 없는 편안하고 무해한 모습이 이색적인 예능인데요, 어촌 생활에 적응해 나가며 허물없는 ‘남매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이 조합에 시청자분들이 끌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키워드로도 ‘과하지 않음’, ‘불편하지 않음’, ‘가볍지만 진심 있음’이 떠오르는데, CJ ENM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비하시는지요?
언급하신 키워드들은 MZ세대가 현실이 주는 불안감,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콘텐츠들을 찾는 습성을 잘 나타냅니다. 자사의 올해 콘텐츠 방향성에도 이 키워드들이 녹아들어 있는데, 불편함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재미를 위한 진심을 담아 제작되는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압도적인 화제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방영분 속 퀴즈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언급된 이후 티빙에서 ‘실시간 인기 드라마’ TOP 10위권으로 유지되고 있고, MZ세대에게 화제의 인터넷 밈이었던 ‘전남친 토스트’도 퀴즈에 나오며 웃음과 공감대를 동시에 잡기도 했습니다. 또한 tvN 타깃층인 2049 남녀 시청률이 3주 연속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락실>의 이런 지표들과 앞서 말씀드린 상반기 공개작에 대한 반응 보았을 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연내에 계속해서 그런 콘텐츠들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과거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시청자에게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기획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CJ ENM이 생각하는 ‘무해한 콘텐츠’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무해한 콘텐츠’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말씀하신 것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스토리, 연출이 극에 치닫거나 엄청난 몰입 유도하는 강렬함이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지금의 시청자들은 지친 일상 속 휴식을 위한 돌파구를 콘텐츠에서 찾고 있고, 강렬한 것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해한 콘텐츠’는 편안한 공감을 통해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되고, CJ ENM은 이를 목표로 한 ‘무해한 콘텐츠’를 연내에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해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CJ ENM은 이러한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시나요?
요즘은 하나의 콘텐츠 IP가 전 세계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방식으로 확산되는 세상입니다. 그만큼 하나의 IP가 미치는 영향력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전파력을 여실히 느끼는 기업으로서 CJ ENM은 시청자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작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해한 콘텐츠는 즐거움, 위로, 행복 등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환기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지녔다고 생각되고, CJ ENM은 올해 콘텐츠들을 통해 이 긍정적인 힘을 최대한 전파하고자 합니다.
CJ ENM은 무해력 콘텐츠를 기획, 제작,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사용하고 있나요?
CJ ENM은 2025년 콘텐츠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1,5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통해 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하고, 세계 각국의 채널, OTT와 협력하여 공급 채널을 확대하고 더 많은 시청자에게 자사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최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6월부터 방영하는 <견우와 선녀>를 비롯한 신작과 <또 오해영> 등 기존 인기작을 독점으로 공급하는데요, <견우와 선녀>는 죽을 운명을 가진 소년과 이를 막으려는 MZ무당 소녀의 거침없는 첫사랑을 그린 구원 로맨스로 풋풋한 청춘의 무해함을 전할 예정이고, <또 오해영>은 공감과 힐링을 선사하며 흥행한 작품인 만큼 기존 인기작을 통해서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올해 초 진행된 ‘CJ ENM 콘텐츠 톡 2025’를 통해 tvN은 “진정한 행복을 찾는 성장 서사,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유쾌한 휴머니즘,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 플레이 기반의 설렘자극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끝이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에서는 유통채널 확장을, 국내에서는 tvN 수목드라마 블록 부활 등을 통해 이러한 콘텐츠들의 공급 확대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제작될 콘텐츠에서 무해력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지 말씀해 주세요.
상반기에는 ‘무해함’이 주요한 콘텐츠들을 선보였다면 앞으로는 ‘무해력’과 ‘도파민’이 공존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일 계획으로, 색다른 재미가 가미된 무해력을 기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6월 시작하는 <견우와 선녀>의 뒤를 이을 <폭군의 셰프>와 <얄미운 사랑> 등을 통해 무해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임윤아, 이채민 주연의 <폭군의 셰프>는 타임슬립 한 프렌치 셰프가 최악의 폭군이면서 최고의 미식가인 왕을 만나게 되면서 500년을 뛰어넘는 판타지 서바이벌 로맨스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스타인 이정재, 임지연이 출연하는 <얄미운 사랑>은 멜로 장인이 되고 싶은 형사 전문 배우와 정치부 기자로 활약하다가 모종의 사건을 겪고 연예부로 발령받은 기자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코믹 로맨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활력소가 될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스포츠 산업에 도입할 만한 ‘무해력’ 관련 아이디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년부터 KBO 중계를 지속해 오고 있는 티빙은 경기 중계 외에도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티빙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 야구인 김성근 감독의 인생 첫 겨울방학 이야기를 담은 <김성근의 겨울방학>, 선수들과 함께하는 토크로 야구계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대방출하는 <야구대표자>와 같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간 흔히 볼 수 없었던 야구인들의 편안하고 훈훈한 모습이나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현재의 ‘무해력’ 코드와 잘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타 종목의 팬들도 즐겁게 볼만한 소재인 것 같아, 야구 외 스포츠에도 이런 콘텐츠 도입을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