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PROSVIEW 편집실 정리. 김주희
편집자 주. 생생한 좌담회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채팅 언어를 최대한 그대로 옮겼음을 알려드립니다.
“K리그를 사랑하는 축구팬. 2006년부터 전북 현대 모터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삼성 라이온즈, 농구는 SK 나이츠, 배구는 IBK 기업은행 알토스를 응원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농구 경기장에 함께 간 이후 현재까지도 온 가족이 SK 나이츠를 응원합니다.”
“2016년부터 프로배구를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팬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해외 축구, e스포츠 모두 좋아하는데요. kt 위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프로스포츠가 일상에 선사하는 긍정적인 점은 무엇인가요? 혹은 프로스포츠의 무해한 매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신예지 사실 스포츠는 승패가 갈리는 경기잖아요. 골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결과에 따라 다음 주 기분이 정해지는 축구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꾸 찾아보게 되고 헤어 나올 수 없는데요. ‘무해하지 않지만 무해한’ 역설적인 매력을 지녔달까요.
이경순 축제 같은 응원문화와 경기장의 다양한 볼거리는 일상 속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세대와 관계없이 한마음으로 응원을 함께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가족 단합력이 더욱 탄탄해지거든요.
이세현 프로스포츠가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다른 진로를 꿈꾸던 제가 프로스포츠 경기를 보러 다니며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결국 스포츠산업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평소 과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경기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이것도 무해함의 일종이겠죠?
장하늬 여자배구 경기는 대부분 챙겨보는데요. 남자배구 경기에 비해 플레이가 정말 아기자기해요. 또 경기장에서 울고 웃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고요. 배구 경기 특성상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팀 간 충돌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김도영 유아층을 겨냥한 기아 타이거즈의 티니핑 유니폼부터 어린이날 혹은 가정의 달 기념 이벤트까지. 요즘 어느 스포츠 구단이나 어린이 팬을 배려한 콘텐츠를 선보이는데요. 가장 경쟁적이고 치열한 스포츠가 모순적으로 ‘무해하고 순한’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팀의 응원 문화를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무해함’을 체감한 적이 있나요?
장하늬 팬들의 함성에서 애정이 묻어나는데,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 자체가 좋아요. 특히 팬들끼리 목소리 대결하는 것도 재밌어요. 프로배구 포스트 시즌은 ‘봄배구’라고 하잖아요? ‘현대건설의 개나리 응원단 vs 흥국생명의 철쭉 응원단’이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ㅎㅎ
이세현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가 ‘엘도라도’를 떼창하면 지고 있어도 이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ㅎㅎ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보면 나와 상관없는 ‘남’인 선수들의 성공과 행복을 바라는 모습이야말로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무해한 모습이 아닐까요.
신예지 전북현대모터스 응원가 ‘심뛰한(심장이 뛰는 한)’을 직접 가서 들으면 벅차오릅니다! 순위가 오르면 같이 성장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죠. 지난해 FC안양의 ‘지지대 더비’를 관람했는데, 그날 무해함을 오롯이 느꼈어요. 졌음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해주는 분위기가 정말 멋졌어요. 어떤 한 팬분이 “괜찮아! 그냥 한 번 진 거야!”하고 크게 소리쳤는데, 거기서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났어요. 팬으로서 많은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김도영 kt 위즈는 가장 최근 창단된 구단이라 그런지 다른 구단에 비해 팬 수가 적습니다. 다른 팬들에 비해 순하달까요. 경기 결과에 쉽게 승복하는 팬답지 않은 이미지가 있어요.(웃음) kt 위즈 팬이지만 한화 이글스 원정석에 앉아있을 때였어요. 사람들이 홈팬, 원정팬 가리지 않고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응원 물결을 만드는 장면 보고 감동했어요. 야구 팬들이라면 거의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이경순 경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수의 성장을 함께 응원하고, ‘우리 팀’이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다음 경기에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응원하는 구단의 캐릭터나 좋아하는 캐릭터를 자랑해 주세요!
이경순 SK 나이츠의 마스코트, ‘덩키’와 ‘동키’요! 마스코트들이 평소 장난기가 많아 서로 놀리곤 하는데요. 경기장에서 보고 있으면 실실 웃음이 납니다. 덩키가 갑옷 투구를 벗으면 민머리가 드러나는데, 동키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덩키 갑옷 투구를 빼앗아 냅다 달립니다. 이런 모습에서 무해한 웃음이 절로 나오죠.
이세현 삼성 라이온즈 마스코트인 ‘블레오 패밀리’ 중 ‘레니’를 애정하는데요. 살짝 억울한 것 같은 표정이 귀여워요.ㅋㅋ
김도영 저는 비록 KT 위즈 팬이지만 대전 출신인 터라 한화 이글스 구장에 자주 가는데, 마스코트 ‘수리’가 참 귀여운 것 같아요!
신예지 K리그에 귀여운 마스코트들이 많은데, 전북 현대 모터스의 ‘써치’와 ‘나이티’가 정말 귀여워요! 대구FC의 고슴도치 마스코트 ‘리카’도 매우 귀엽습니다. 타팀 마스코트이지만 탐이 나요.ㅋㅋ K리그에서 마스코트 반장 선거를 한 적 있는데, 당시 저마다 마스코트에 대한 애정도가 더 강해진 같아요.
장하늬 현대건설은 ‘힐리’, ‘테리’라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캐릭터 진짜 못 뽑았다 생각합니다. 예전에 응원하던 IBK 기업은행의 ‘토랑이’는 귀여워서 지금도 키링을 계속 하고 다녀요.
구매한 굿즈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요.
이경순 굿즈는 나만의 팬심 표현과 소속감, 소장과 수집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 같아요. 저는 SK 나이츠 ‘페이퍼 하트’를 구매했는데, 경기장 안에서 사진 찍을 때 들고 있으면 귀여움이 더해집니다.
이세현 제 유니폼이요! 제가 첫 직관을 간다고 하니까 아버지께서 ‘그럼 유니폼이 있어야지’라며 사주셨어요.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이 담겨 있어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무해하기도 하고요.ㅎㅎ
김도영 저도 유니폼이요. 소유하는 보람과 행복이 큽니다. 경기를 보는 것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터라 집 벽에 조르르 걸어두며 인테리어까지 해버렸습니다.
신예지 저 또한 유니폼이요. 정말 비싸기 때문이죠(웃음). 카드값을 기억하게 만드는 굿즈입니다. ㅋㅋ 그래도 입고 경기장 가면 기분이 좋아요. 요즘 K리그와 산리오가 협업한 캐릭터가 핫해서 관심이 가더라고요. 또 얼마 전에 한 야구 구단과 티니핑이 컬래버레이션을 한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언젠가 전북 현대 모터스와 티니핑이 협업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경기장 밖에서 굿즈를 통해 팬심을 드러낸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신예지 가끔 의외의 장소에서 팬들을 마주치면 내적 친밀감이 뿜뿜 올라가요! 지난해 록페스티벌에 갔었는데, 유니폼을 입고 온 팬을 봤거든요. 인사는 못 했지만, 속으로 엄청 반가웠어요. 저도 유니폼을 가지고 록페스티벌에 가보려고요!
장하늬 팀 굿즈는 아니지만, 선수 사인을 받은 배구공 키링을 여기저기 많이 달고 다녀요.ㅎㅎ 배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세현 전 유니폼 키링을 무선 이어폰 케이스에 달고 다녀요. 혼자서 뿌듯해하고 주변에서 누가 알아봐 주면 더 좋고요!
김도영 그저 갖고 있다는 보람과 행복 두 가지로 설명 가능할 것 같습니다.
프로스포츠와 관련해서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나 특정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장하늬 ‘코보티비’요! 코보 인스타그램에서 관심 있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유튜브 들어가서 봅니다. 경기 밖 선수들의 인간적인 모습, 개구진 모습을 볼 수 있죠.
이세현 일명 ‘삼튜브’라 불리는 삼성 라이온즈 유튜브 채널을 즐겨봅니다. 대구 사투리를 쓰는 피디와 피디의 말투를 따라 하며 놀리는 원태인 선수의 티키타카가 참 재밌습니다. 이 밖에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만드는 영상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리그별로 대학생 마케터들이 운영하는 영상도 많이 보는데요. 팬의 시선으로 애정을 담아 선수와 현장을 담은 영상이 참 무해하게 다가옵니다.
이경순 ‘KBL TV’요. 제가 응원하는 구단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에 대해 알 수 있고, 경기 전 인터뷰 등을 통해 몰랐던 사실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경기 후에 다시 보는 영상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신예지 전북 현대 모터스 유튜브 채널을 챙겨봅니다. 공식에서 말아주는 맛이 있달까요. 매치데이캠 및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요. 최근 이탈리아 선수인 콤파뇨 선수를 놀리는 시리즈가 엄청 핫했어요. 콤파뇨 선수 앞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기, 파인애플 피자 먹기 등 밈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였는데 재미있었어요.ㅋㅋ
김도영 ‘별의별것’이라는 프로야구 유튜브 채널을 좋아합니다. 쇼츠가 주로 업로드되는데, 어린 아이들이 봐도 무해할 정도로 재밌고 유쾌한 장면들이 많아요.
즐겨보는 온라인 채널에서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이경순 건강하고 긍정적인 스포츠 문화가 전파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도전정신, 포기하지 않는 의지 등은 팬들의 일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도영 우락부락한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캐릭터와 자막들. 무해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와 닿더라고요.
이세현 맞아요, 저도 동의합니다! 선수들이 구단 콘텐츠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팬들을 위해서 노력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애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프로스포츠는 구단과 선수, 팬이 모여 완성하는 문화입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해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팬들이 노력해야 할 점을 짚어준다면요.
장하늬 온라인에서 선수 플레이나 감독 전략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비난이 되는 경우,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ㅠ 이때만큼은 무해한 매력이 저세상으로··· 성숙한 비판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랍니다.
이세현 팬들끼리 서로 비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함께 좋은 마음으로 응원하려고 모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이경순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되, 상대팀이나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기본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도영 어린이들도 관람하는 만큼 정중하고 예의 있는 팬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신예지 경쟁은 경기장 안에서만! 경기가 끝난 후 밖에서는 서로 팬임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해요. 가끔 일부 팬분들의 과격한 행동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저마다 각자의 팀을 애정하는 팬이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각자 생각하는 프로스포츠가 지닌 무해력 중 핵심적인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장하늬 선수와 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소망하는 승리에 대한 순수한 갈망! 그 자체가 가장 무해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ㅎㅎ
이경순 공동체 경험과 소속감이요. ‘나의 팀’, ‘나의 선수’라는 소속감과 승리와 패배를 공유하는 공동체 경험은 프로스포츠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이세현 선수들의 열정과 빛나는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와 삶의 모토를 느끼고 배우는 과정이 무해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하나 되어 응원하는 것!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프로스포츠만의 무해함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예지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건전한 문화요. 같이 울고, 웃고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함께 성장하는 기쁨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열정도 무해합니다!
김도영 축구선수 호날두가 아들을 유산했을 때 라이벌 팀 팬들은 위로의 박수갈채로 호날두를 연신 외쳤습니다. 가장 경계하는 상대 팀 선수를 위해서 목청껏 격려한 것처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K-스포츠문화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관계이지만 필요할 땐 함께하는 자세. 이런 모순적인 점들이 모여 무해한 매력으로 점철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