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 체험의
새 장을 열다

글.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 등이 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장관이다” “극도로 놀랍다” “도저히 믿기 힘들다” , <버라이어티>, <가디언> 등의 언론이 지난 9월 29일 시작한 U2의 스피어(Sphere) 콘서트에 대해 이렇게 감탄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문을 연 세상에서 가장 큰 구형 건물, MSG 스피어.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공연장으로서 세상에 없던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을 소개한다.

3조 원 투입된 역사상 가장 비싼 공연장

스피어는 9월 23일, 라스베이거스에 개장한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이다. 이 공연장은 미국의 스포츠 회사 매디슨 스퀘어 가든 스포츠 주식회사(이하 MSG)가 계획했으며, 설계는 포풀러스(Populous)가 맡았다. MSG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NBA 뉴욕 닉스와 NHL 뉴욕 레인저스, 경기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 방송국 MSG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포풀러스는 메이저리그 복고풍 야구장 붐을 일으킨 경기장 전문 건축회사로 1990년대 이후 지어진 대부분의 MLB, NFL, NHL 경기장을 설계했다.

2019년에 공사를 시작한 스피어는 코로나 사태로 차질이 빚어져 원래 계획보다 2년이 늦은 2023년에 개장했다. 당초 12억 달러로 추정된 건설비용은 23억 달러(약 3조 원)가 되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으로 등극한 것이다.

스피어는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호텔, 카지노, 공연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 더 스트립(The Strip)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으며, 베니션 리조트와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돔 구조는 완벽한 구형이 1/4 정도는 땅 속에 묻혀 있고, 3/4 정도는 지상으로 솟아 오른 모습이다.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는 112m이고, 가장 넓은 폭의 길이는 157m다. 높이는 30층 아파트 규모이고, 폭은 웬만한 야구장이나 축구장 크기다.

도심에서 바라본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Tomás Del Coro

내·외부 모두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가진 공연장

스피어의 거대한 표면은 LED 디스플레이로 덮여 있다. 그 넓이는 무려 5만 3,884㎡에 달한다. 축구장 7개 반이 들어가는 크기다. 드넓은 표면은 하키 퍽 크기의 LED 120만 개가 장착되어 있다. 이 구는 밤낮으로 예술작품과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재 거대한 눈알, 테니스 공, 위성에서 바라본 지구, 화성, 이모티콘 얼굴 등이 지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거대한 미디어는 광고로 활용되고, 계절과 특정한 날을 기념하게 될 것이다. 할로윈에는 거대한 호박이 되고, 크리스마스에는 스노우 글로브가 된다.

외부보다 조금 적은 내부의 스크린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객석을 뺀 나머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넓이는 1만 5,000㎡로서 축구장 두 개의 면적이다. 한국에서 제일 큰 스크린은 용산CGV 아이맥스로 694㎡다. 아이맥스 스크린 22개가 들어가는 압도적인 크기다. 관객은 자신의 앞과 위가 스크린으로 가득 찬 시각경험을 하게 된다.

화질은 16K에 이른다. 16K 해상도는 보통 HD화질에 해당하는 1080p 해상도보다 64배가 많은 픽셀로 구성된다. 넷플릭스 영상이 보통 1080p 로 제공되므로 그보다 16배 또렷한 화질이라고 보면 된다. 거대한 돔 밑으로 관람석은 바닥 면적의 2/3를 차지한다. 모두 1만 8,600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앞좌석은 돔의 천장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므로 좀 힘들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을 자랑한다. 콘서트를 할 경우 서서 관람하는 관객까지 포함하면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밤에 빛나는 스피어 ©shutterstock

돔이 선사하는 극한의 몰입형 체험

스피어는 경기장보다는 공연장에 더 적합하게 설계되었다. 첫 번째 공연자인 U2의 보노는 “이 건물은 영화와 공연의 몰입형 경험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공연을 해온 U2는 늘 거대한 축구장이나 야구장과 같은 스타디움에서만 콘서트를 해왔다. 콘서트가 열리는 스타디움에서 무대 뒤쪽의 관람석은 무용지물이 된다. 반면에 스피어는 한쪽 벽에 스크린이 있으므로 그 맞은편에 관람석이 몰려 있다. 무대가 중앙에 배치되는 그런 레이아웃이 아니다.

무대 바로 뒤로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져 있다. U2의 공연 현장을 보면 스크린에 예술가가 만든 환상적인 작품이 펼쳐지는 경우도 있지만, 바다나 사막, 또는 라스베이거스 도심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면 마치 U2의 멤버들이 바다 앞에서, 또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때로는 라스베이거스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돔에 있다. 스크린이 사각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위와 심지어는 뒤쪽까지 확장되고 그곳이 하늘로 채워지면, 정말 야외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스피어는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더 스트립을 배경으로 한다. ©Sphere Entertainment

시각 경험 못지않게 스피어의 핵심 체험은 음향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 스피어 음향 시스템은 홀로플롯(HOLOPLOT)이 제공한다. 홀로플롯은 베를린에 설립된 오디오 기술회사로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공연장 음향 시스템을 제공한다. 1,600개의 홀로플롯 스피커와 300개의 모바일 모듈에 내장된 16만 7,000개의 증폭 스피커 드라이버가 작동하여 스피커가 수십 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마치 관객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깨끗한 고품질의 소리를 전달한다. 바닥판을 통해서도 소리를 전달한다.

아울러 향기, 온도와 습도, 바람이라는 후각과 촉각, 몸의 감각까지 경험의 영역을 확장한다. 의자는 영상에 따라 흔들린다. 이 정도면 거의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극한의 경험에 이를 수 있다. 눈 덮인 산맥을 날아가거나 계곡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새, 또는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의 경험을 느낄 수도 있다. 스피어에서 개봉한 첫 번째 영화인 <지구로부터 온 엽서(Postcard from Earth)>가 바로 그런 체험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영화다.

U2 콘서트 시작 장면 © James Dugas

U2 콘서트 장면. 마치 사막에서 공연하는 듯한 모습이다. © bridonohue

스피어를 배경으로 포뮬러1 경기 개최

콘서트와 영화를 먼저 선보인 것은 스피어가 경기장으로서는 다소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 첫 번째 공연자인 보노가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그 점을 지적했다. 왜냐하면 무대가 한쪽 벽에 붙어 있고 좌석이 그것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극장의 레이아웃에 가깝다.

하지만 MSG는 권투와 이종격투기, 그리고 e스포츠를 개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링 스포츠의 경우 반대쪽 객석을 잃기는 하겠지만, 그 방향에서 촬영하여 스크린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 e스포츠는 더욱 스피어에 적합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경기 내용을 스크린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해상도를 높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활용은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스크린의 영상과 라이브 스포츠 경기를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스피어 내부가 아니라 스피어를 환경으로 활용한 포뮬러1 경기가 먼저 개최되었다. MSG는 스피어를 지나가는 포뮬러1 레이스를 유치했고, 지난 11월 18일에 개최하였다. 이 레이스에서 스피어는 배경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스피어를 시각 환경으로 활용한 야외 스포츠가 기획될 것이다.

FORMULA 1 HEINEKEN SILVER LAS VEGAS GRAND PRIX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스피어 내부가 아니라 스피어를 환경으로 활용한 포뮬러1 경기가 먼저 개최되었다.
이 레이스에서 스피어는 배경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래의 엔터테인먼트에 필요한 과제

U2는 9월 29일부터 시작해 2024년까지 모두 36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놀라운 경험의 파편을 올리고 있다. 작은 화면으로 봐도 놀라운 스피어는 체험한 사람이라면 그 경험을 알리지 않고는 못 견딜 것이다. U2의 무대 디자이너인 윌리 윌리엄스는 “많은 쇼를 만들었지만 이번 쇼는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표현함으로써 음악 공연이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음을 선포했다.

아이맥스 영화를 좋아하는 한 관객은 “스피어는 아이맥스를 완전히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스피어 운영 책임자인 리치 클래피는 “스피어는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장소”라고 규정했다. 음악은 풍성한 시각 경험과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크기는 압도적이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은 커다란 과제를 안게 된다. 무대 디자인보다 시각 예술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U2의 공연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과 존 거라드가 참여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고, <롤링 스톤>은 “라이브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했다.

반면에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은 영화 <지구로부터 온 엽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지구의 여기저기를, 산과 바다, 강과 평야를 날아다니는 듯한 놀라운 경험, 환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해서는 관람객 대다수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에 빈약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는 악평했다.

체험형 영화의 경우는 서사성이 없으므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스피어에 더욱 적합한 영화 기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야외에서 공연하는 듯한 U2 콘서트 장면 © Sphere Entertainment

광고 미디어로서의 효과와 전망

건설비용은 물론 유지관리비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어는 그만큼 엄청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11월 초 주주들에게 발표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3개월 동안 9,8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 원이 넘는 돈이다. 이제 막 개장을 한 상태라 흑자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스피어의 하루 광고비는 45만 달러다. 한화로 약 5억 9,000만 원 정도다. 하루 광고란 4시간 상영하는 조건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스피어 자체 콘텐츠 홍보와 외부 브랜드 광고 상영으로 사용된다. 스피어는 광고 유치가 순조롭게 된다면, 1년에 3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린다고 예상하고 있다. 스피어는 공식 개장하기 전에 NBA 섬머리그가 개최되는 11일간 광고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간 동안 2,500만 달러(한화 약 325억)의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피어의 광고비는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스피어 광고가 SNS에서 차지하는 위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또 다른 이들이 그것을 엄청난 숫자로 퍼다 나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스피어를 검색하면 어떤 특정 광고를 촬영한 스피어 동영상이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스피어에 광고를 한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광고 이미지가 SNS로 퍼다 나르고 싶을 만큼 독창적이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압도적으로 크기와 밝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거대한 스피어가 갖는 이점이다. 농구공이나 테니스공, 또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모티콘 얼굴에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자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100미터 높이의 크기로 확대되었을 때 완전히 다른 느낌과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Congratulations to the Texas Rangers on their World Series win! © Sphere 유튜브

2023 NBA Summer League 광고 © Sphere 유튜브

SNS에서 차지하는 위력을 고려하면 스피어의 광고비는 합리적일 수 있다.
압도적인 크기와 밝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어디까지 진보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의 시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 인류가 가진 기술이란 물감을 만들고 그것으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최고였다. 그런 기술로 동굴의 벽과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당시 조명 기술로는 한 번에 그것을 볼 수도 없었다. 미약한 석등 한두 개에 의지해 부분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또 부분적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벽화만으로도 선사시대 관객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집을 짓기 시작하자 벽에 그림을 그렸고, 돔을 축조할 수 있게 되자 돔에도 그림을 그렸다. 20세기에는 영화가 등장했고, 화면 크기의 경쟁으로 아이맥스 극장까지 진화했다. 첨단 기술로 더 크고 더 웅장한 미디어를 만들어낼 때마다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했고 더 자극적인 경험을 요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스피어가 태어난 것이다. 미디어란 인간 감각의 확장이다. 그 확장이 어디까지 갈지 흥미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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