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어른’을 완성하는
70년대생의 힘

글.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사회경제학자.
저서로는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가 있다.

요즘 중년은 다르다. 빈곤·고립·질병 앞에 늙어버린 이전세대와 다르며, 가족경제를 떠받치던 부양 주체에서 자기다움을 실현하는 소비 주체로 급변한 점도 다르다. 우리 사회의 거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오래 살고 돈도 많은 요즘 중년들. 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벌되 가장 많이 쓰는 요즘어른

‘인구=고객=시장’이면 중년그룹은 숨겨진 보물이다. 연령대별 인구규모를 보면, 중년그룹의 파워를 알 수 있다. 중년(40~69세)은 1990년 24.1%에서 2035년 43.8%로 확대되는데, 같은 기간 73.0% → 35.4%로 급감하는 청년(10~39세)과 대조적이다.

거대 규모인 이들은 빈곤·고립·질병 앞에 늙음을 받아들였던 기존 중년과는 구분된다. 이전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가족부양의 소비관행에서 스스로 잘 사는 적극적인 본인 취향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낯설고 독특하다. 즉 고정관념과 부딪히기에, ‘요즘’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요즘어른’은 전통순응, 가족희생, 역할구분 등 ‘예전’ 어른과 뚜렷이 달라진 최초의 세대다. ‘먹고 사는 것’에서 벗어나 ‘잘 사는 것’을 고민하는, 부모·자녀세대보다 부유할 최초 세대의 등장이다. 이들은 거대 규모에, 가치관은 다양한데다 오래 살고, 돈도 많다.

글로벌 아이돌 BTS도 임영웅에겐 휘둘린다. 임영웅의 2023년 신곡은 발매 직후 최단기 음원시장 1위를 확정했다. 음반 매출부터 인기투표까지 압도하는 가수는 BTS가 아닌 임영웅이다. 거대 중년의 소비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흥분한 BTS 팬심을 달래고자 30대 이하는 BTS, 40대 이상은 임영웅 식으로 연령구분까지 발표했다. BTS 팬으로서는 울화통이 터지지만, 인구구조를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30대 < 40대’로 숫자는커녕 구매력조차 1위 임영웅을 뒷받침한다.

출처: 필자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임영웅 콘서트 ©물고기컴퍼니

‘요즘어른’은 전통순응, 가족희생, 역할구분 등
‘예전’ 어른과 뚜렷이 달라진 최초의 세대다.
이들은 거대 규모에, 가치관은 다양한데다 오래 살고, 돈도 많다.

늙음까지 지배할 트렌드세터, 요즘어른

‘인구=고객=시장’은 변함없다. 어떤 통계를 봐도 4060세대 30년이 절대적인 소비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데 이견은 없다. 가장 많이 벌되 가장 많이 쓰는 ‘요즘어른’의 등장·확대야말로 인구감소로 인한 축소사회·수축사회를 돌파할 강력한 시그널일 수 있다.

실제로 요즘어른(1955~74년생=50~70세·2024년)까지 포괄한 중년 30년(40~69세)을 대상으로 한 소비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부터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매출의 주역은 중년 인구다. 편의점도, 언택트도 50대가 20대의 매출 비중을 추월한다. 당연히 입고·판매 전략은 수정된다. 등장모델도 중년으로 채워진다.

식품·생활용품·자동차 등 업종 불문 중년화 라인업이 인기다. 골목 상권조차 중년 모객에 적극적이다. 안경은 학생 위주의 근시 대응에서 노안 대비로 수정했고, 자동차도 남성·청년에서 여성·중년으로 바꿨다. 스포츠클럽 이용자 수도 청년보다 중년이 많다.

노청(老靑) 사이의 고민이 깊지만, 대세 변화는 시작됐다. 잠재숫자·가치변화·소득수준을 볼 때 흔들리는 표준소비보다 떠오르는 요즘어른이 승부처로 떠오른 셈이다. 요즘어른은 다가올 늙음까지 지배할 유행선도자(Trends-Setter)로 제격이다.

30~4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남성 패션 매거진 <OCEANS>. ©OCEANS

요즘어른을 완성하는 70년대생

요즘어른은 50대 중반 진입을 끝냈고, 환갑 이전을 장악한 70년대생을 만나 비로소 완성된다. 조로(早老)사회의 희생양이자 낀 세대의 상징인 X세대가 요즘어른의 유력 주자로 합류한 것이다. 놀랄 만큼 이질적이고 느닷없는 유행을 이끌며 얄궂고 되바라진(?) 이미지의 청년이 중년이 된 셈이다. 나이만 먹었을 뿐 MZ세대 못잖은 신별종 중년화의 대량 등장이다. 축소사회·수축사회의 시장을 떠받칠 강력한 인구집단의 기지개는 지금부터가 관람 포인트다.

70년대생은 신중년의 상징 그룹이다. 덩치는 60년대생보다 좀 적지만, 갈수록 생산현장·소비환경을 압도·지배하는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요컨대 돈도 많고 힘도 센, 한국사회 최후의 거대 덩치이자 최초의 변환 소비를 주도할 신흥 주체다. 또 시대변화에 맞는 신질서형의 제도 수정조차 온몸으로 부딪히며 생존전략에 녹여낼 새로운 활동세력이다.

요즘어른을 완성해낼 70년대생의 달라진 중년화는 유력한 메가트렌드일 수밖에 없다. 70년대생은 더 이상 소수의 변방고객이 아닌 탈(脫)가족·향(向)본인을 위한 강력한 신생 타깃이다. 달라진 구매력·가치관에 맞춘 눈높이형 소구 전략이 먹혀들면 소비현장에 불러낼 수 있다. 때문에 MZ세대와 달리 조용하되, 강력해진 ‘중년욕구형 소비환경’이 무르익고 있다.

‘고령 전용’에서 ‘젊음 지속’으로의 변화

70년대생의 욕구·취향은 새로운 소비·지출로 연결되고, 이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다. 시니어 마켓은 이전엔 ‘고령 전용’이었다면, 지금은 ‘평생 현역’의 관점 전환(Senior Shift)이 이뤄지고 있다. 그 연결지점에 70년대생이 존재하는데, ‘늙음 진입’보다 ‘젊음 지속’이란 소구 전략이 70년대생처럼 임박한 당사자성의 인구집단에게서 확인·검증되는 까닭이다.

소위 다운에이징(Down-Aging) 마케팅이다. 중년 욕구를 편안히 공급하는 어른 채널의 충성소비도 적잖다. 다만 아직은 실험시장답게 조심스럽다. 부정·비관적인 시선도 적잖다. 복잡미묘한 심리 속에 인생을 짓누르는 상실감도 적잖다. 때문에 청년·노년시장은 있어도 70년대생처럼 중년시장은 없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봉양·양육으로 벌되 안 쓰고 못 쓰는 중년의 한계를 부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듯 이러한 고정관념은 더는 먹히지 않는다. 주지하듯 1,700만 요즘어른은 현역 활동을 전담하는 중핵집단답게 축적자산은 물론 근로소득도 최정점을 찍는다. 가족구성·인생의 지향점 등도 남다른 중년 X세대의 감춰진 블루오션이 하나둘 부각된다. 그만큼 중년화의 발굴·사업은 불황위기의 돌파지점 중 하나다. 고용·내수 확대의 디딤돌로도 제격이다. 멀리는 고령소비·시장 조성까지 기대돼 파워풀한 잠재력을 갖는다. 현재 중년이 곧 미래 노년이란 점에서 70년대생의 패턴 장악은 고령화의 바로미터다.

출처: 필자

70년대생, 전후세대의 소비 교집합

이들 70년대생은 60년대생 끝자락의 변형된 소비행태를 보면서 MZ세대의 신소비트렌드까지 인지하며 세대간 분절된 방식보다 전후세대의 교집합을 추출한다.

이에 소비·판매 채널은 70년대생의 본격 중년화에 맞춰 변화 속 다양화를 모색한다. 가령 모바일·인터넷의 확대 보급은 중년화와 만나 채널 변화의 클라이맥스를 찍는다. 고령인구의 친(親)모바일·인터넷만 봐도 중년 시절의 사용 경험 덕분이다. 실제 1,700만 요즘어른은 대면·접촉소비만 해왔던 기존 노년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렇다고 MZ세대처럼 비대면의 일방선호는 아니다. 70년대생은 선호가치나 채널 환경을 양방향으로 두루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체험 등 대면서비스의 보완이 권유된다. 각별한 고객답게 특별한 욕구에 맞춰진 특화무기를 장착하는 식이다.

물론 처음부터 ‘요즘어른=트렌드’로 보진 않았다. 중년을 둘러싼 시장·마케팅의 관심은 제한적인 일부 소비에 머물렀다.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실버시장처럼 덩치 확대만으로 뛰어들기엔 반면교사가 컸다. 미래불안·자산부족이 노년 수요를 가로막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요즘어른은 다르다. 이들의 소비엔진인 강력해진 구매력과 활발한 마인드는 노년과 차별된다. 덕분에 기업은 시니어 마켓을 쪼개 수면 아래 감춰졌던 중년을 유력한 공략대상으로 흡수한다.

70년대생은 비즈니스의 미래

한편, 70년대생은 한국만의 부각집단이 아니다. 감축성장·성숙사회가 한국보다 빨랐던 해외시장도 중년화에 집중한다. 연구기관부터 광고·마케팅사는 물론 일반기업까지 중년생활을 분해한다. 청년고객만큼 중년들의 욕구를 분석하는 것이다. 세대연구를 한층 세분화해 연령·소득·취향별 달라진 중년소비를 트렌드로 도출한다.

중년소비의 선행 실험은 일본시장이 활발하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배울 건 배우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여 년 전 ‘아라포(Around 40)’란 신조어로 고정관념을 깬 중년소비를 발굴한 선례가 있다. 막강한 경제력으로 선호재화에 거액을 쓰는 신중년소비의 리딩그룹에 주목한 것이다. 원래 마흔 안팎(35~44세)의 골드미스를 칭했으나, 남녀불문 파워풀한 중년화의 소비실현으로 확장된다.

독신 중년과 함께 기혼 중년의 달라진 소비행태도 아우른다. 한국으로 치면 44~54세의 70년대생과 비슷한 접근법이다. 복합불황·가족포기·양육환경 등 유사한 배경 속에서 한일간 10년 정도의 격차를 볼 때 70년대생의 분석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 ±50세인 한국의 70년대생과 비슷한 연령까지 확장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보면 일본의 연장조치와 한국의 조기실현이 ±50에서 만난다.

시장분석기관인 일본의 하쿠호도는 ‘새로운 어른세대’란 타이틀로 중년화를 비즈니스의 미래 힌트로 본다. 중년 니즈의 맞춤식 상품·서비스일 때 전후의 노년·청년 트렌드까지 선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4060세대가 20대 이상 성인시장의 80%를 장악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70년대생은 44~54세에 위치하기에, 4060세대로 봐도 한가운데다. 핵심·중추고객의 조건을 완성한 것이다.

▶ 일본, 중년의 욕구에 주목하다

일본 사례지만, 한국의 70년대생에게도 적용될 특징적인 중년소비는 미들엣지(Middle-Edge)로 요약된다. 중년(Middle)의 욕구지점(Edge)에 주목하란 뜻이다. 중년화의 3대 소비패턴이 특화지점인 미들엣지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3대 소비패턴은 △추억소환 △자아부활 △희망실현으로 이는 중년들의 지갑이 열리는 키워드다.

추억소환

추억소환은 시간해방적 소비행태다. 가령 청년시절 함께 숨 쉰 유명스타의 소환이나 제한적으로 즐겼던 취미활동의 본격적인 리메이크 소비가 그렇다. 장난감·피규어 등 유년기 강한 인상을 줬던 유희 대상의 복간판도 포함된다. 세대 특유의 체험적 기호성이 중년 이후 재부각되며 미뤘던 소비를 완성한다. 노스탤지어의 복기조류다.

자아부활, 희망실현

양육종료로 시간구속에서 벗어난 ±50대부터는 추억소비를 넘어 자아실현에 관심이 꽂힌다. 사회에 휘둘리며, 가족을 떠받친 인생을 되돌아보며 본인다움에 접근하는 수요(자기부활)와 치열한 경로에서 이탈해 꿈꿨으나 못 이룬 미래(희망실현)를 재구성하는 차원이다. 일례로 못 샀던 고급차를 사고, 악기연주·해외여행에 거액을 쏟는다. 금전·시간·체력이 완비된 중년화의 창출시장이다. 일본에선 성공사례가 많다. 대놓고 ‘40대부터’를 강조하는 상품·브랜드는 물론, ‘미들’을 특화형의 차별키워드로도 활용한다.

70년대생에게서 기회를 찾아야

인구통계는 ‘청년 → 중년’의 시점 변화를 요구한다. 최소한 MZ세대만큼 70년대생의 달라진 마인드·트렌드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기운은 갈수록 심화된다.

스포츠는 더 잠재력이 높은 듯하다. 천하의 임영웅·BTS를 제쳐 버린 게 손흥민 선수다. 2023년 9월, 스타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1위에 오른 것이다. 중년 파워를 가진 ‘요즘어른’을 스포츠가 품어 안아야 할 이유다.

여러모로 보건대 70년대생이라 쓰고 ‘달라진 신중년’이라 읽히는 이들 거대그룹의 역할과 영향은 축소사회·수축사회를 구해주고 보듬어줄 알짜존재다. 70년대생을 통해 기회를 찾는 준비와 대응이 시급하다. 이들로부터 시작한 인구변화의 양적·질적인 구조전환을 사업모델의 재편기회로 삼는 현명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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