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인공일반지능의 시대로

글. 김영욱

<생성형 AI 사피엔스> 저자. Hello AI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War of IT: 전쟁사를 통해서 본 IT 기업의 패권 다툼>, <가장 빨리 만나는 챗봇 프로그래밍> 등이 있으며, 각종 IT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영욱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메타도 AI 챗봇을 공개하면서 챗GPT가 일으킨 AI 거대언어모델 대전에 참전했다. 지난해 11월 세상에 나온 챗GPT에 사람들은 ‘인공일반지능’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어떤 질문이든 말의 문맥을 알아듣고, 사람처럼 대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넘어 AGI 시대로 일컬어지는 지금, 인공일반지능은 과연 소수의 전문가만을 위한 기술일까.

알파고가 조용히 최후를 맞은 이유

바야흐로 지금은 AI의 시대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가 아니라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알파고 쇼크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사의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마지막 인간의 영역이었다고 하는 바둑에서 이세돌 구단을 거의 일방적으로 이기면서, 인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고민도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난리였던 알파고 이야기를 이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알파고는 2017년 12월 개발 종료를 선언하고 난 뒤 분해되어서 다른 연구 자원으로 재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이런 조용한 최후를 맞이했던 이유는 바둑에만 최적화되었던 이른바 전문가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바둑 이외 풀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을 알파고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대신 등장한 개념이 인공일반지능이다. 인공일반지능이란 우리가 영화 <아이언맨>에서 보았던 자비스와 같다.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하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말없이 인공일반지능 시대를 직감했다. 그리고 실제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갔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인공지능 ‘자비스’와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 ©아이언맨

챗GPT 출시 1년 만에 일어난 변화

지난해 11월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드디어 인공일반지능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기 시작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사에서는 올해 11월 7일, ‘오픈AI DevDay(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오픈AI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보여주는 행사였는데, 가장 눈에 띈 것은 ‘GPTs’였다.

GPTs는 챗GPT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로, 대화만으로도 나를 위한 인공일반지능을 만들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이름을 지어주고 간단한 설명을 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챗봇을 만들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내가 궁금한 것이 상표권에 대한 것이어서 상표권 관련 책이나 논문 등의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한다. 그뿐 아니라 이 서비스를 잘 다듬어 공개한다면, 이용료를 받는 수익 모델도 만들 수 있다.

더 극적인 활용 방법도 있다. 돌아가신 이외수 작가의 책과 그가 남긴 쪽지, 메모, 그리고 인터뷰 등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업로드하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이외수 선생님’을 쉽게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작업을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단순화되고 보편화되는데,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오픈AI DevDay에서 GPTs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openai.com

챗GPT를 확보한 MS의 코파일럿(Copilot)

챗GPT, 거대언어모델 등 이런 단어들이 나올 때 함께 언급되는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AI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특히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천문학적인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만든 오픈AI 쪽에 우리나라 돈으로 14조가 훌쩍 넘는 투자를 감행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천문학적인 투자의 결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가 개발한 AI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독점권 및 지분의 49%와 일정 기간의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 엔진인 Bing에 최신 버전의 챗GPT를 넣으면서, 검색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냈다. 또 구독형으로 제공되는 오피스 제품에 ‘Microsoft 365 Copilot’이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 엑셀에서 ‘이번 분기에 가장 잘 팔린 제품에 대해서 요약해줘’와 같은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을 찾아서 차트를 만드는 등 순식간에 해치워 준다. 뿐만 아니라 워드에서는 데이터를 주면 금방 문서의 초안을 작성해 주고, 주제와 분량을 알려주면 파워포인트에서는 발표 자료를 만들어 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윈도우에서도 ‘Windows Copilot’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이미 나왔다. 윈도우11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이제는 윈도우에서도 말로 어제 작업하던 파일을 찾거나 테마를 바꾸거나 혹은 궁금한 걸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작금의 상황을 소위 말하는 ‘물들어 왔다’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말한 기능들 이외에도 수많은 코파일럿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과 서비스에 결합되면서 엄청난 시너지와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이미 $370를 넘어가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잘 이끌고 있다.

GPTs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화면 ©openai.com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AI 기술

정보화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시대로, 그리고 이제는 인공일반지능의 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 필자가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업체들 중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쪽에 제조업체가 있고, 고객들은 유럽과 미국에 있는 업체가 있다. 이미 6~7개의 언어가 엉켜 있는 복잡한 환경에서 단순히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 이런 경우 챗GPT와 같은 인공일반지능과 결합된다면, 이전에 없었던 속도와 정확도로 언어의 장벽은 무너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열리게 된다. 또 복잡한 이론들과 화학식, 그리고 특허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모 회사의 연구실에서도 정말 똑똑하고 손이 빠른 신입 사원이 들어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인공일반지능을 도입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지 않더라도 챗GPT만 잘 활용해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양한 코파일럿 기술들을 잘 활용하더라도 그 효과는 무시 못 할 것이다.

이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이미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더 잘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인공일반지능과 함께하는 것은 기업과 개인,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존의 차원에서 필수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업무 생산성 도구에 초거대AI를 결합했음을 알리는 이미지 ©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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