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대학생. 뉴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고구마팜>의 에디터로, 직접 체험하고 발굴한 Z세대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노포 감성의 을지로, 도심 속 한옥마을 익선동,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 모두 Z세대가 모이는 ‘핫플’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Z세대의 ‘핫플’은 비단 오프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겐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도 오프라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Z세대가 모이는 온라인 ‘핫플’은 어디일까. 또, 무엇이 이들을 모이게 했을까.
2020년, SBS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브스뉴트로’의 중장년층 구독자가 급증했다. 1990년대 음악방송을 스트리밍하는 콘텐츠가 X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단순 감상을 넘어,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만담이 펼쳐졌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모습이 마치 노년층이 모인 탑골공원과 비슷하다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탑골공원’을 즐기는 건 X세대만이 아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Z세대도 그들만의 온라인 탑골공원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Z세대는 어떤 추억에 반응하고, 찾아가는 걸까. 이들이 주로 향하는 유튜브 속 ‘온라인 탑골공원’에 대해 소개한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하며 대세 유튜버로 자리매김한 ‘사내뷰공업’. ‘사내뷰공업’은 살면서 한 번쯤 봤을 유형의 인물을 모사하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먹을 걸 좋아하는 호탕한 고등학생 ‘홍유경’부터, 근육에 진심인 헬스트레이너 ‘제갈혁’ 등 그가 만든 많은 캐릭터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2010년을 살아가는 여중생 ‘황은정’이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길게 아이라인을 그린 황은정은 남자친구와의 ‘투투(22일)’를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축하 편지를 강요하고, 선도부가 뜨면 담배를 숨기느라 바쁘다. 평범한 학생보다는 소위 말하는 ‘일진’에 가깝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황은정은 명품을 입고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 ‘요즘 일진’이 아닌, 친구에게 핸드폰 알을 뜯는 2010년대 일진이라는 것이다.
©사내뷰공업
황은정이 처음 등장한 날, Z세대의 반응은 뜨거웠다. ‘나 학교 다닐 때 저런 애 꼭 있었다’는 무수한 증언이 이어졌고, ‘우리 반에 있던 일진과 너무 똑같아서 고통스럽다’며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많은 Z세대가 댓글창에 모여 본인이 목격한 여러 ‘황은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시절 일진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는 댓글에는 웃으며 공감하는 답글이, 일진에게 당한 학교폭력을 고백하는 댓글에는 위로하는 답글이 달렸다. 단순히 공감하는 것을 넘어, 서로 의견과 감정을 나누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Z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형의 인물을 골라 캐릭터로 만들고, 당시 유행하던 패션과 메이크업부터 말투, 사진 보정법 등 사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내뷰공업이 꼼꼼한 디테일로 Z세대의 기억 속 인물을 재현해 공감을 이끌었다면, 실제 Z세대가 어릴 적 즐겼던 아이템이 새롭게 리뉴얼되어 관심을 끌기도 한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은 걸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리오’, ‘야채쿵야’를 활용한 각종 굿즈는 2023년에도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Z세대의 어린 시절을 책임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파워퍼프걸
이러한 추억의 애니메이션 열풍에는 유튜브 채널 <안녕 자두야>도 빠질 수 없다. Z세대 추억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안녕 자두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영분을 업로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지만, 실제 구독자 중 어린이는 거의 없다. 대신, 과거의 어린이 시청자였던 Z세대가 모여 <안녕 자두야>를 즐겨보던 어린 시절과 각자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니메이션 속 서사에 과몰입하는 댓글부터,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어른이 돼서 보니 많은 게 보인다’는 철학적인 댓글 등 다양한 반응이 가득하다.
또, Z세대의 트렌드에 맞게 약간의 변주를 주어 채널을 운영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녕 자두야 NN회’처럼 정석적인 제목이 아닌, ‘너 T야?’, ‘오늘 내 세상이 무너졌어’ 등 유행하는 밈을 활용한 제목으로 Z세대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Z세대는 왜 과거의 문화를 소비하며 즐거워할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재미 추구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것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학교에 입학했지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고, 입시와 취업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팬데믹 시기 대다수의 Z세대에게 일어난 일이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고,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층도 증가했다. 2022년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지만, 취업난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여전히 답답하고 힘든 현실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 걱정 없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다시 추억하며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오직 ‘공통 관심사’ 하나로 모이는 곳. 바로 오픈채팅방이다. Z세대에게 오픈채팅방은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공유하고, 습관 형성 챌린지를 진행하고, 서로의 소비 내역을 점검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오픈채팅방 서비스인 카카오의 ‘오픈채팅’과 네이버의 ‘오픈톡’에 대해 알아보고,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주제의 오픈채팅방을 소개한다.
프로야구 구단 기아 타이거즈의 팬인 대학생 J양은 오늘도 에어팟을 끼고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한다. ‘네이버 오픈톡’에 들어가 ‘응원하기’를 누르고, 마이티켓으로 온라인 티켓을 발급받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채팅으로 좋아하는 선수의 응원가를 부른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막과 함께 등장한 ‘네이버 오픈톡’. 월드컵 기간 동안 개설된 축구 카테고리 오픈톡은 무려 1,387개. 전체 오픈톡은 2,682개나 개설되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오픈톡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입장 인원 제한 수가 없는 각 구단별 오픈톡이 개설되었고, ‘마이티켓’을 통해 온라인 티켓도 발급했다. 이 마이티켓은 Z세대의 ‘인증샷’ 문화와 맞물려 누적 발급량만 600만 건을 넘겼다.
또, 실제 유명인들이 ‘등판’하기도 한다. 지난 2023 WBC에서는 KBS의 박찬호·박용택 해설위원이 오픈톡에 등장해 직접 찍은 셀카를 남기고, 시청자들과 채팅을 주고받으며 소통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네이버 오픈톡은 스포츠팬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며 점점 입지를 키워 가고 있다.
물론 스포츠에만 국한되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에버랜드의 판다 가족과 관련된 이벤트를 개최했다. 바로 쌍둥이 판다의 출산을 축하하고, 판다 가족을 덕질하는 ‘푸바오와 쌍둥이 동생들’ 오픈톡에서다. 네이버 오픈톡은 에버랜드와 협업해 해당 오픈톡에서 쌍둥이 판다의 이름을 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에디터의 지인도 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인기 사육사들과 실시간 채팅할 수 있는 ‘톡담회(톡+간담회)’도 열었다. ‘강바오’ ‘송바오’라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가 오픈톡에 직접 참여해 1시간 동안 판다들과의 에피소드, 현장 사진 등을 공개하는 등 실시간 소통으로 Z세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대학생 K양은 총 세 개의 오픈채팅방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라클 모닝 인증방’에 기상 인증샷을 올리고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후에는 ‘00과 복수전공생 정보공유방’에서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전공 수업에 대한 후기를 읽으며 다음 학기 시간표를 설계한다. 밤에는 ‘영어 일기 인증방’을 통해 그날 쓴 영어 일기를 인증한다. 다른 사람의 영어 일기에 틀린 문법이 보였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 방은 영어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 ‘지적 금지’가 규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게 목적인 ‘영어 일기 인증방’에서는 서로의 틀린 부분을 고쳐 주기도 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Z세대의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단순 정보 교환을 넘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팬클럽이 되기도, 오늘의 운동을 인증하고 서로 응원하는 인증방이 되기도 한다. 또, 광고 없는 ‘찐’맛집을 위해 실제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식당 추천을 받기도 한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픈채팅방 ‘성수 백과사전’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8.9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성수동 로컬 큐레이터 ‘제레박’이 개설한 오픈채팅방으로, 성수동의 맛집, 생활 정보, 실시간 소식을 전하고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 ‘성수동에서 조용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하면,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대답해 준다.
이처럼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오픈채팅방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오픈채팅방의 편리를 위해 재정비를 단행했다. 지난 5월, 카카오는 오픈채팅방의 위치를 카카오톡 세 번째 탭으로 옮겼다. 이용자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채팅 탭 바로 옆으로, 소위 말하는 ‘노른자’구역이다. 오픈채팅 사용 동선이 더욱 편리해진 오픈채팅 사용 동선을 재정비하며, 이용자와 서비스 간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 카카오
© 네이버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 중요한 건 ‘편리함’과 ‘실시간’이다. 밴드나 카페 등 다른 플랫폼에서 정보 공유를 하고 소통할 수도 있지만, 번거로운 가입 절차와 N개 이상의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등업 조건이 기다린다. 이러한 절차가 Z세대에게는 번거롭게 느껴지기만 한다. 반면, 오픈채팅방과 오픈톡은 각 계정에 접속하고 원하는 채팅방을 검색해 ‘입장하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별도의 등업 절차 없이 편리하게 들어갈 수 있고, 필요할 때 질문하면 실시간으로 여러 사람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Z세대의 취향에 딱 맞춘 서비스다.
오픈톡 서비스를 담당하는 김정미 네이버 그룹앤 CIC리더는 Z세대가 카페와 밴드 대신 오픈톡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카페와 밴드는 강한 결속력이 중요하고 실시간성보다 정보를 아카이빙함으로써 가치가 생겨나지만, Z세대는 즉각적으로 참여해서 실시간으로 얘기하고 싶은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Z세대를 뭉치게 하는 건 ‘기대’다. 어린 시절 느꼈던 즐거움을 기대하며 추억의 애니메이션 OST를 모은 유튜브를 클릭하고,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기대하며 오픈채팅방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는 어떻게 Z세대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Z세대가 경험한 어릴 적 레트로를 자극하는 것도 전략이 된다. Z세대의 어릴 적인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의 편집 스타일을 적용하거나, 그 시절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이용해 구단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오픈채팅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팬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선물할 수도 있다. 실제 선수나 구단 관계자가 오픈채팅방에 들어와 미공개 사진을 공유하거나,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