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미래
팬 플랫폼

글. 강신규

영상문화연구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저서로는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 <서브컬처 비평>,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한국 문화현실의 지형들> 등이 있다.

이전까지 팬덤과 아이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공식 홈페이지나 카페였다면 이제는 ‘팬 플랫폼’으로 옮겨지고 있다. 팬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홈페이지·카페·SNS·커뮤니티 갤러리/게시판 등 여러 채널로 분산돼 있던 기존의 팬 활동을 한데 모은 것이다.

팬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팬 플랫폼(Fan Platform)이 팬덤의 대표적인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팬 플랫폼은 아이돌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고, 팬 활동을 펼칠 수 있게끔 하는 온라인·모바일 기반 공간을 의미한다. 팬 모집·관리부터, 공지, 자체 콘텐츠 유통, 굿즈 판매, 이벤트 예매, 그리고 팬-팬 간 소통에 이르기까지, 팬 활동 대부분이 팬 플랫폼을 통해 행해진다.

대표적인 팬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위버스(Weverse)와 리슨(Lysn)이 이룬 산업적 성취는 괄목할 만하다. 201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위버스의 매출액은 2020년 2,191억 원에서 2022년 3,077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6월 기준 서비스 국가 및 지역은 245개, 가입자 수는 약 6,5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00만 명, 앱 다운로드 수는 1억 건에 달한다. 리슨의 대표 서비스인 디어유 버블(bubble)은 2018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2020년 130억 원, 2022년 49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23년 6월 기준 가입자 수는 약 225만 명, 분기 평균 구독 수는 205만 명이다.

팬 플랫폼의 강력함은, 다른 무엇보다 아이돌과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팬 플랫폼에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구독하고, 그들과 자유롭게 글·댓글·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적어도 플랫폼 안에서 아이돌은 손이 닿지 않는 존재, 환상의 존재가 아닌 셈이다. 아이돌의 환상을 가르고 나오는 친밀감이 팬들에게 셀링 포인트가 되고, 아이돌-팬 간 관계는 팬 플랫폼을 매개로 전에 없이 가까워진다. 팬 플랫폼의 인기와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포털 사이트의 카페, SNS, 커뮤니티 사이트 갤러리/게시판 등 기존에 팬이 모이던 곳들의 인기와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팬 플랫폼을 통해 팬덤의 무대가 바뀌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방향의 소통이 이뤄지며, 팬이 아이돌을 대하는 지각과 감각, 그리고 아이돌 및 그 콘텐츠의 의미를 구성하고 대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되어간다.

팬 플랫폼이 엔터 산업과 팬덤에 미치는 영향

고유의 특징과 입점 아티스트들을 토대로 세를 불려가고 있는 팬 플랫폼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팬덤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사업자들에게 있어 팬 플랫폼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적용·확장을 가능케 한다. 초기 팬 플랫폼은 아티스트와 팬 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됐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사(이하 ‘엔터사’)로 하여금 오프라인 수익 공백을 메우고 전에 없던 사업까지 펼치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엔터사는 팬 플랫폼을 통해 팬 활동 대부분이 이뤄지게끔 함은 물론이고, ICT를 연계한 다양한 사업 – 게임화, 대체불가능토큰(NFT) 적용 등도 전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팬 플랫폼은 이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채널을 단일화한다. 기존에도 엔터사가 직접 팬을 모으고 관리하거나 팬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일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포털 사이트의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의 갤러리/게시판, SNS 등으로 분산돼 있던 팬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팬 플랫폼을 통해 엔터사는 팬들을 편리하게 관리하면서, 그들의 속성과 규모, 이용패턴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둘째, 팬 플랫폼은 사이버스페이스에 비즈니스 영역을 두고, 공간의 제한 없이 활동영역을 넓혀간다. 팬 플랫폼은 K-팝의 수출 혹은 한류 확산 전략과 맞물려 전 세계 팬들을 끌어 모으고 그 팬들의 지역기반을 지운다. 엔터사 차원의 공지사항이나 아티스트의 댓글, 메시지 등은 자동 번역돼 팬들에게 다가간다. 그 내용들은 대체로 무국적적이고 균질하다. 정보가 오가고 소통이 이뤄지는 사이버스페이스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모바일 기기의 스크린 안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그야말로 마법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외 팬들 입장에서도 물리적 환경이나 언어, 메시지 의미의 제약이 적거나 없는 채로 한 번에 정보와 콘텐츠를 얻고 팬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셋째, 이용자들에게 팬 플랫폼은 편리함과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팬 플랫폼은 팬들에게 꾸준히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공식 사이트, 트위터 등을 통해 엔터사가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일부 콘텐츠를 풀기는 했지만, 팬이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그것들에 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바일 앱 기반의 팬 플랫폼은 새로운 공지사항이나 콘텐츠, 댓글 등이 있을 때마다 푸시를 통해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적어도 팬 입장에서 팬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그러한 정보와 콘텐츠를 놓칠 일은 없거나 줄어들게 되었다. 온라인상에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팬 플랫폼이 알아서 가져다준다. 편리한 모바일 결제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그 안에서 소비하기도 아주 쉽다.

다른 무엇보다 팬 플랫폼이 갖는 독특함은 아티스트-팬 간 긴밀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갤러리/게시판, SNS 등의 기존 팬 커뮤니티에서는, 아티스트-팬 간 소통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물론 아무리 ‘프라이빗’ 메시지나 콜 서비스라 해도, 실제로는 아티스트가 수많은 팬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팬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팬 플랫폼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마치 아티스트와 팬이 1:1로 사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폐쇄형 SNS와 유사한 메시지 환경에서 적어도 팬은 다른 팬들의 메시지를 볼 수 없고, 오직 아티스트의 글만을 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가상의 친밀감이 팬들로 하여금 팬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동기 중 하나가 된다. 때로는 관찰자처럼 때로는 참여자처럼, 팬들은 아티스트가 건네는 이야기에 응하게 된다.

위버스의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위버스 DM’ ©위버스컴퍼니

버블의 프라이빗 메시지 ©디어유

팬덤 기반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것은, 소비자 팬심에 기반해 비즈니스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그 안에서 놀게 하며,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꾀하는 일이다.

▶ 위버스와 버블의 특징

구분 위버스 버블
비전 혹은 슬로건 전 세계 팬들과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팬 플랫폼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
개발·운영사 위버스 컴퍼니 디어유
주요 입점 아티스트
  • HYBE: BTS,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뉴진스 등
  • SM: NCT, 레드벨벳 등
  • YG: 블랙핑크, 위너, 악뮤 등
  • FNC, 드림캐처, DSP, 울림 아티스트 등
  • SM: NCT, 레드벨벳 등
  • JYP: 트와이스, ITZY 등
  • 젤리피쉬, WM, TOP 아티스트 등
스타와의 소통 열린 소통(무료)
  • 아티스트 → 팬 댓글
  • 팬 → 아티스트 댓글
  • 스토리 기능
  • 라이브 방송
  • 자체 콘텐츠
  • 아티스트 프로필 변경
  • 커뮤니티
프라이빗 소통(유료)
  •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 (문자·음성 메시지, 동영상, 이모티콘 등)
  • 멤버십 온리 콘텐츠
  • 앨범·공연티켓·굿즈 판매 등
  •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문자·음성 메시지, 동영상, 이모티콘 등)
팬들 간 소통 열린 소통(무료)
  • 팬 → 팬 댓글
  • 계정 구독 등
  • 친구 추가
  • 오픈채팅 등

프로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팬 플랫폼

팬 플랫폼의 형태와 기능을 완전히 똑같게 차용하는 것은 아니나, 다른 엔터산업의 많은 플랫폼들이 팬 기반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포털, 폐쇄형 SNS,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팬 플랫폼과 연계하거나 팬 플랫폼화 하고 있다. 팬 플랫폼은 MCN(Multi Channel Network)의 새로운 모델로도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그렇게 팬덤이 플랫폼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전략의 최종 지향점이 되어간다.

팬은 일반 소비자와 달리 특정 대상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추종하고, 그것을 통해 강렬한 즐거움과 의미를 얻고자 하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팬덤 기반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것은, 소비자 팬심에 기반해 비즈니스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그 안에서 놀게 하며,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꾀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신의 팬 비즈니스 모델인 팬 플랫폼은 팬들을 그 속에서 머물게 하고, 팬들이 즐길만한 요소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그 안에서 선수와 팬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공간이라 하겠다. 팬 플랫폼이 프로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선수-팬 간 연결지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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