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SA 한국프로스포츠협회

Vol. 19 2025

글. 유지현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바이브 컴퍼니에서 소셜 빅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트렌드 서적 <트렌드 노트>시리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팬메이드 콘텐츠를
적극 수용한
개방형 전략
MLB

가장 뚜렷한 변화는 MLB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메이저리그는 2021년 MLB 크리에이터 클래스(MLB Creator Class)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팬 기반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육성했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영향력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을 공식 홍보대사로 임명해, MLB 관련 콘텐츠를 다양한 시각과 스타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리그는 ‘야구’라는 콘텐츠를 젊은 세대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창구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25년에 MLB는 젊은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유튜브 채널 Jomboy Media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팬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꾀했다. Jomboy Media는 팬의 시각에서 경기를 분석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화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채널이다. 공식 콘텐츠보다 덜 정제되어 있어 오히려 팬들의 일상 언어와 감정이 생생하게 담기며, 자연스럽게 공감과 확산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이처럼 MLB가 비공식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은, 팬이 만든 콘텐츠가 팬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mlb.com © mlb.com

© Jomboy Media

플랫폼별 최적화 전략을 위한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NBA

NBA는 크리에이터 협업의 역사가 가장 길고, 그 효과를 이미 입증해 온 대표적 프로스포츠 리그다.

NBA는 10년 전부터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에 투자해 왔으며, 이들이 리그 디지털 전략의 필수적인 파트너임을 강조한다. 특히 플랫폼마다 고유한 커뮤니티 문화와 콘텐츠 문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각 플랫폼을 잘 이해하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NBA는 팬 크리에이터를 주요 이벤트에 초대해 그들이 NBA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NBA는 선정된 크리에이터에게 경기 영상 클립과 AI 기반 편집 툴을 제공해 제작 편의성을 높이는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에게 익숙한 플랫폼에서 이들의 팔로워가 선호하는 콘텐츠 스타일로 NBA를 재해석하고 확산시킨다. 이것이 NBA가 새로운 팬층과 연결되는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 NBA © NBA
스포츠 외 산업의 크리에이터 협업·2차 활용 사례

OTT·영화 산업에서의 크리에이터 협업 확대

OTT 플랫폼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협업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 인도는 인기 인플루언서 쿠샤 카필라(@kushakapila)와 스리슈티 디시트(@srishtipatch)를 섭외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머러스하게 리뷰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들은 인도 현지의 문화를 섞어 재해석한 리뷰를 제공해 현지 시청자들의 콘텐츠 몰입을 유도했다는 평을 얻었다. 시청자들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친밀감과 호감을 기반으로 콘텐츠에 접근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당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크리에이터 기반 콘텐츠는 프로그램 인지도 및 플랫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프로모션 사례로 평가된다.

K-셀럽 팬튜브의 영향력 확대

아이돌·배우 등 셀럽의 팬들은 영상 편집 능력을 기반으로 이른바 팬튜브(FanTube)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팬튜브의 편집 영상은 숏폼 콘텐츠(유튜브 쇼츠 등)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어 접근성이 높으며, 짧은 시간 안에 대상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편집되어 대상의 대중적 호감도와 인지도를 상승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표 사례인 엔믹스(NMIXX) 해원의 팬튜브 채널 <또 오해원> (@ohhae won)은 현재 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이돌 본인이 다른 방송에서 직접 채널을 언급할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방송을 시청한 팬들 역시 정성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팬튜브에게 감동했다는 반응이 이어져, 팬으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며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게임·웹소설에서의 크리에이터 협업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다양한 게임 스트리머들을 시작으로 오래전부터 팬 크리에이터와 역사를 쌓아 온 대표적인 게임이다. 이에 15주년 기념 이벤트 ‘롤 플레이어 데이즈’에서 주요 팬 크리에이터를 공식 행사에 참여시켰으며,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토너먼트 형식으로 게임을 벌이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의 역사를 함께하며 크리에이터들에게도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된 일반 팬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결과적으로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과 참여도를 끌어올렸다.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괴담출근) 역시 인기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며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흥행을 이끌었다. 기존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하던 크리에이터가 협업에 참여하자 작품의 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것은 실제 소비로 이어지며 팬 마케팅 전략으로도 높은 효과를 보였다.

© kushakapila © 또 오해원 유튜브 © 롤플루언서 FESTA © kwbooksstore 공식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협업의 의의와 전망

팬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지금, 소셜미디어는 구단과 리그가 팬과 만나는 가장 직접적인 접점이 되었다. 공식 계정을 센스 있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폼 특성에 맞춘 감각적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되어 있는 주체는 단연 크리에이터다. 이들과의 협업은 더 많은 팬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다가가는 효과를 주며, 구단 및 리그가 그 플랫폼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뢰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팬메이드 콘텐츠는 팬이 팬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감의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만든 콘텐츠는 더 많이 공유되고, 더 넓게 확산된다.

해외 프로스포츠 리그 및 구단이 팬메이드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고 저작권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지고, 이는 기존 팬덤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결국 크리에이터 협업과 팬메이드 콘텐츠의 확산은 단순한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팬덤의 성장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해외 구단과 리그, 그리고 다른 산업들에서 보이고 있는 팬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변화는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팬이 만들어낸 콘텐츠가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시대, 프로스포츠는 지금, 창작자의 힘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그 시작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