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1000개 시대,
‘로컬 힙’ 시대가 왔다

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기자. 현재 주간편집부서 유통, IT, 제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어느덧 1,000여 개가 넘었다. 특히 지역축제는 지역민 결집, 지역 홍보, 문화관광 콘텐츠 추적, 지역에 연고가 있는 기업의 상품 개발 등을 이끌어내며 지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게다가 Z세대에게도 ‘로컬 힙’ 트렌드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특정 지역만의 색깔이 담긴 식품, 공간, 관광, 굿즈, 서비스가 힙하게 여겨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시대, 오히려 ‘지방’이 주목받는다. 각종 지역축제는 1,000개를 넘어서며 성황리에 이뤄지고 있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지역의 매력을 찾아 떠나는 방문객이 증가한 덕분이다. 단순히 축제만 많아진 게 아니다. 유통가, 콘텐츠 업계에서는 지역과 로컬의 매력을 살린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인기를 끈다. MZ세대에게 지역은 더이상 ‘촌스러움’이 아니라 ‘힙’함의 상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축제 1,000개 시대
대기업 유튜버도 뛰어든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개최된 지역축제 수는 1,129개다. 사실상 1년 내내 전국에서 축제가 열렸다는 소리다. 지역축제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부산국제영화제나 화천 산천어 축제, 보령 머드축제 등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다만 최근 열리는 지역축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첫째, 협업이 늘었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은 축제를 돕는 스폰서 형태로만 참가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면서도 대기업과 유튜버 등을 섭외, 공동 진행을 맡는 경우가 늘었다. 구미 라면축제는 농심과, 홍성 바베큐 축제는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적극 참여했다. 노하우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축제에 적극 뛰어들면서 축제 수준이 높아지고, 콘텐츠가 훨씬 풍부해졌다.

둘째, 젊은 세대의 참여가 대폭 증가했다. 기존에는 고향에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 노년층이 방문하거나 가족 세대의 방문이 잦았다. 최근은 지역의 ‘힙’함을 구경하고자 하는 Z세대 관광객이 급증했다. 지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느끼고자 찾는 젊은 세대가 지역축제장을 앞다퉈 찾았다.

지역축제가 뜨는 이유
소비자의 ‘로컬 힙’ 사랑

지역축제에 대기업과 유튜버가 참여하고, 젊은 세대 참여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로컬 힙’ 열풍이 자리 잡는다. 지역이 이제는 ‘촌스러움’의 상징이 아닌 ‘힙함’으로 떠오른 것이다. 젊은 세대가 지역 상품을 찾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로코노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색을 담아 만든 상품, 콘텐츠를 뜻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식품, 관광 명소를 활용한 여행 상품, 지역축제 등이 대표적인 ‘로코노미 상품’이다.

로코노미 인기는 숫자로 나타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로코노미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구매 의사가 있다는 비율도 높았다. 지역 특색을 담아 한정판으로 나온 상품이라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80%에 달했다.

왜 소비자들은 ‘로코노미’를 활용한 제품을 찾는 걸까. 연령대별로 이유가 갈린다. 젊은 세대는 ‘이색적’이라서, 중·장년층은 원산지가 확실해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로코노미 상품을 선호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 결과(응답자 1,000명) 로코노미 식품을 사고 싶은 이유로 49.6%의 응답자가(중복 응답) ‘대체로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이어서’라고 대답했다. 이어 특별한 경험(39.2%)이라는 응답 순이었다. 20대와 30대일수록 로코노미 식품이 ‘특별’해서 먹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중·장년층은 안전하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50대 응답자의 41.7%가 원산지가 확실해 로코노미 상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50대 응답자의 36.4%는 선호 이유로 ‘재료가 신선할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예술경영지원센터 협력연구
<지역공연축제가 관광객 유치에 미치는 영향>

축제 유형 어떤 게 있나
관광객 모으고, 지역 홍보 쏠쏠

지역축제 유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 최대한 ‘지역스러움’을 살리는 축제다. 화천 산천어 축제, 보령 머드 축제, 진해 군항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홍성 바비큐 축제 역시 신생 축제지만 ‘육류’라는 지역 특산물을 잘 활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둘째는 특산물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 이어져 와 행사 자체가 지역의 상징이 된 사례다. 주로 공연, 전시회 등 무형 자산을 활용한 사례가 많다. 영화제의 대명사가 된 부산국제영화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가평군 자라섬 재즈축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해당 지역축제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9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지역공연축제가 열린 지역의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을 분석한 ‘지역공연축제가 관광객 유치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공연축제 개최 지역은 비개최 지역에 비해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수가 평균 19.5% 증가했고 관광 관련 업종 소비지출은 평균 6.5% 늘어났다. 관광 관련 업종 중에서도 숙박업 소비지출 증가율이 8.1%로 가장 높게 나타나 지역 체류일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울산(78.6%), 부산(39.9%), 전북(36.8%), 대전(29.7%), 경기(25.1%), 강원(23.8%) 지역 순으로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증가 효과가 컸다. 관광업종 신용카드 소비지출은 관광업 기반이 잘 조성된 강원, 제주 지역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콘텐츠 시대 끝났다
지역 축제, 명물은 곧 IP

로코노미 범위는 더 넓어지는 중이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거나, 일회성 축제만 진행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역의 특색을 살려 ‘IP’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도시가 강원도 양양이다. 전체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관광객 수는 1,638만 명에 달한다(2022년 연간 기준).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평범한 지방 도시였던 양양은 지역 해수욕장이 서핑에 적합하다는 점을 내세워 도시를 서핑의 중심지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서퍼들을 위한 서퍼 비치를 만들었고, 서핑을 즐긴 관광객들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적극 개발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서핑의 성지’로 떠올랐다. 관광객이 늘면서 상권이 자연스레 개발됐다. 각종 클럽이 즐비한 양양군 인구해수욕장 일대는 서울 홍대입구, 강남에 꿀리지 않는 S급 상권으로 거듭났다. 에그슬럿(샌드위치), HDEX(운동 의류), 롯데웰푸드(과자) 등이 줄줄이 양양에 팝업 스토어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 특색을 살린 결과 소멸 위기의 시골 도시가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여름 팝업 스토어의 성지는 성수가 아니라 강원도 양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순 특산물 활용을 넘어 지역 경제 자체를 부활시킨 로코노미의 성공 사례다. 앞으로도 지역 축제와 특산물을 IP화하여 관광자산으로서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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