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SIGHT
스스로 일하는 AI
직장인의 업무를 바꾼다
AI라는 단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등장한 다양한 AI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양한 AI들 중에서 우리의 일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AI가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 짚어보고, 직장인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과 직무 경계가 허물어지는 조직 변화의 방향까지 살펴본다. AI에 자리를 내주기 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관심이 큰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 현장에 등장한 다양한 AI
이제 일터에서 AI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생성형 AI(Generative AI), AI 에이전트(AI Agent), 에이전틱 AI(Agentic AI), 피지컬 AI(Physical AI)처럼 비슷해 보이는 용어가 쏟아지면서 다소 혼란스럽다. 각 AI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아 두면, 어떤 일에 어떤 AI를 쓸지 가늠하기 쉬워진다.
생성형 AI는 사람이 묻거나 지시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AI다.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글과 이미지, 영상, 코드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보고서 초안 작성, 번역, 이미지 제작, 회의록 요약처럼 한 번에 끝나는 작업에 특히 유용하다. 다만 시킨 일만 한다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문제를 찾거나 작업 순서를 정하지 못하고, 사람이 질문을 잘 던져야 좋은 답을 내놓는다.
AI 에이전트는 정해진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AI다. 고객 주문 상태를 조회해 알려 주거나 이메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잡는 일을 할 수 있다. 단, 미리 짜 둔 업무 흐름 안에서만 움직인다. 상황이나 목표가 예상과 달라지면 스스로 대응하지 못한다.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에이전틱 AI는 2025년 무렵부터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목표만 알려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와 시스템을 오가며 일을 처리하고, 중간 결과를 보고 다음 행동을 정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가 ‘이번 분기 신제품 캠페인을 준비해 줘’라고 명령하면 시장 데이터를 모으고 고객을 분석한 뒤 메시지를 쓰고, 성과를 지켜보면서 예산까지 조정하는 일을 추가 지시 없이 이어 간다. 생성형 AI나 AI 에이전트가 시키는 대로 반응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움직이는 능동형이다.
피지컬 AI는 단단함이나 마찰, 거리 같은 물리 세계의 원리를 이해해 화면 밖의 현실에서 직접 움직이는 AI다. 결과물은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니라 물체를 집고 옮기고 조립하는 행동이며, 그 몸 역할을 하는 대표적 존재가 로봇과 자율주행차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월드 모델(World Model)은 이런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움직임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더 정확하게 행동하도록 돕는 AI다.
이 네 가지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층층이 이어진다.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드는 엔진이라면, AI 에이전트는 그 엔진에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더한 것이고, 에이전틱 AI는 여러 에이전트를 지휘해 목표를 이뤄 내는 시스템이다. 피지컬 AI는 이 능력을 디지털 너머 현실로 넓혀 로봇·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쓰인다.
이 가운데 고객 관리, 데이터 분석, 마케팅, 콘텐츠 기획 같은 사무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에이전틱 AI이며, 점차 확산되고 있다.
AI 간의 관계를 챗GPT로 그린 그림
다방면에 도입된 에이전틱 AI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는 캠페인 기획부터 고객 세분화, 콘텐츠 제작, 성과 분석, 예산 조정까지 마케팅의 전 과정을 에이전틱 AI에 맡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AI는 광고 수익률 같은 핵심 지표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성과가 낮은 캠페인은 알아서 중단하고, 효율이 높은 캠페인으로 예산을 다시 배분한다. 덕분에 사람은 전략과 창의적 판단처럼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콘텐츠 업무에서도 AI가 조율과 승인, 보고를 대신 처리해 주면서, 크리에이터는 콘셉트와 품질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라는 플랫폼으로 영업, 마케팅, 고객 서비스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잠재 고객 평가부터 후속 업무 추천, 맞춤형 이메일 발송, 미팅 예약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영업 업무를 자동화했다. AI는 고객별 행동과 반응을 분석해서 어떤 내용을 언제 어느 채널로 보낼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IBM은 고객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들여, 문의 응대와 주문 안내, 맞춤 추천, 감정 분석까지 맡는 ‘디지털 직원’을 운영한다. 이 AI는 고객 관리 시스템과 연결해 고객의 이력과 취향을 파악하고, 단순 응대를 넘어 알맞은 추가·연계 상품까지 권한다. 사람 상담사는 AI가 다루기 힘든 복잡한 문제에만 집중하면 된다.
고객 2,000만 명의 데이터를 다루는 LG전자 한국영업본부는 에이전틱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서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분석 계획 수립부터 코드 작성, 실행, 인사이트 리포트 작성까지 자동화한 결과, 사흘 정도 걸리던 데이터 분석 시간을 30분 내외로 대폭 줄였다. 예전에는 분석에 1주 이상 걸려서 어렵게 뽑은 고객 분석 인사이트가 시의성을 상실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마케팅팀이 에어컨 사용 패턴에 따른 고객별 전략 수립, 식기세척기 구매 고객 분석, 캠페인 성과 비교 등을 직접 해내며 시간과 비용을 함께 줄이고 있다.
© Adobe AI for Business
© Salesforce
© IBM
에이전틱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목표를 세울지,
그 결과가 업무상 의미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아직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실무자의 핵심 역량도 변화
에이전틱 AI는 여러 업무에 두루 쓸 수 있다. 첫째, 보고서나 기획서 작성이다. 목적과 주제만 알려 주면 자료를 모아 목차를 짜고 초안까지 써 주며 고칠 점도 제안한다. 보고서 작성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 사람은 보고서의 질적 검토와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분석이다.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 툴을 몰라도 평소 말투로 묻기만 하면 시각화 자료와 핵심 정리를 받아 볼 수 있다. 그래서 LG전자 사례처럼 마케터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 없이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셋째, 반복되는 커뮤니케이션 작업이다. 정기 뉴스레터, 고객 응대 메시지, 미팅 후 이메일처럼 규칙적이면서도 상대에 맞춰야 하는 일에 특히 힘을 발휘한다. 넷째, 정보 수집과 모니터링이다. 경쟁사 동향이나 업계 뉴스, 소비자 후기처럼 꾸준히 살피고 요약해야 하는 일을 맡길 수 있다.
AI가 확산되면서 실무자에게 필요한 역량도 바뀌고 있다.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나 문서 작성, 정보 수집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올바른 목표를 세우고, 정확하게 질문하고 지시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목표를 잘못 잡으면 아무리 좋은 AI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자동화해 버리기 때문이다. AI가 빠르게 내놓는 보고서와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맥락에 맞게 고치거나 채택 여부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어떤 일을 AI에 맡기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개입할지 계획하는 증 사람과 AI간의 협업 방식을 설계하는 능력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머지않아 에이전틱 AI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조직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마케터는 전략, 분석가는 데이터, 디자이너는 시각물, 개발자는 코드를 맡던 직무 간 경계가 점점 흐려질 것이다. 여러 팀이 머리를 맞대야 했던 캠페인 기획을 한 사람이 주도할 수도 있다. 즉, AI의 활용 수준에 따라 조직 간 업무 수행 능력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갖고도 제때 못 쓰는 조직과 곧바로 시장 대응 전략으로 바꿔 내는 조직의 성과 차이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잘 활용하면 업무 처리 속도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목표를 세울지, 그 결과가 업무상 의미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아직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AI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불안해하기보다, AI에 일부 업무를 맡기고, AI가 감당하지 못하는 더 중요한 업무를 집중하는 새로운 역할을 먼저 차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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