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Ⅱ

방탄소년단(BTS)
더 시티(The City)가 만든
도시형 팬 경험 전략

방탄소년단(BTS)이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3월 컴백한 이후, 공연 중심이었던 팬 경험이 도시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오프라인 이벤트 전략의 새로운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BTS가 공연을 펼치는 도시에서 BTS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는 특정 공연장이나 이벤트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역을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팬 경험을 ‘이벤트 관람’이 아닌 ‘도시 체류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콘텐츠 지식재산(IP)이 물리적 도시 공간과 결합할 때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경험 경제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서울경제 기자. 서울경제 문화부에서 K팝, K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을 취재 중이다. 저서로는 <스타의 서재>, <BTS는 어떻게 21세기의 비틀스가 되었나> 등이 있으며, <스타의 서재>는 2019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숭례문 미디어파사드

‘더 시티’ 프로젝트란 도시를
콘텐츠로 바꾸는 실험

‘더 시티(The City)’는 아티스트의 음악과 서사를 도시 공간에 투영해 도심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체험형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다. 공연장이라는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도시 자체를 팬 경험의 무대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은 도시 랜드마크를 활용한 미디어 콘텐츠 연출,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 관광·상업 인프라와 결합된 체류형 경험 구조로 구성된다. 결국 ‘더 시티’는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자체를 콘텐츠화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콘텐츠가 공간에 얹히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이 콘텐츠로 재설계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서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체험 플랫폼

더 시티 서울 포스터

서울은 ‘더 시티’ 전략의 핵심 실험장이었다. 문화유산과 도심 인프라, 시민 참여형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체험 공간으로 기능했다.

숭례문 미디어 파사드는 전통 문화유산이 미디어 콘텐츠로 재해석된 대표 사례다. 역사적 공간이 단순한 관람 대상이 아니라 아티스트 서사와 결합된 경험형 무대로 전환됐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러브 송 라운지’는 버스킹과 포토존, 음악 기반 휴식 공간이 결합되며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체류형 콘텐츠를 구현했다.

DDP의 ‘아미 마당(ARMY MADANG)’은 참여형 콘텐츠 구조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방문객이 응원봉을 꾸미고 메시지를 남기며 전시의 일부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생산과 참여로 확장했다. 청계천과 용산역 일대는 타이포그래피와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도시 이동 자체를 콘텐츠 경험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티투어버스 역시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 전역을 연결하는 이동형 콘텐츠로 기능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돼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서울의 성과:
관광이 아니라 체류 방식의 변화

서울 프로젝트는 관광 구조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주요 거점에서는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70~80% 수준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팬덤의 현장 소비가 확인됐다. 또한 시티투어버스 이용률 증가처럼 이동 자체가 관광 콘텐츠로 소비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더 시티’가 단순 이벤트를 넘어 도시 체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조성된 Love Song Lounge 남산 타워 미디어 파사드

라스베이거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도시의 IP 전환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포스터

라스베이거스는 ‘더 시티’가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될 때 어떤 구조로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트립과 다운타운 전역이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편됐다.

약 420m 길이의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스크린에는 ‘WELCOME BTS’ 메시지가 송출되며 도시 전체가 환영 무대로 기능했다. 38개 호텔과 60개 이상의 거점이 참여해 도시 인프라 전반이 프로젝트와 결합됐다.

랜드마크 조명, 팝업스토어, 전시, 애프터파티, F&B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특히 공연 전후 도시 체류 경험을 설계한 점은 기존 콘서트 구조와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아르떼 뮤지엄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웰컴 사이니지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불꽃놀이

콘텐츠가 도시를 설계하는 시대

‘더 시티’의 구조는 프로스포츠 이벤트와 유사한 도시 운영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슈퍼볼이나 올림픽, F1처럼 도시 전체가 이벤트 단위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핵심은 공연 자체가 아니라 도시 체류 경험이다. 이동, 숙박, 관광, 소비, 체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도시 경제 전체가 이벤트 중심으로 재편된다. ‘더 시티’는 이를 아티스트 IP 기반으로 구현한 사례다. 즉, 공연은 중심이 아니라 트리거이며 실제 경험의 중심은 도시 전체로 이동한다.

‘더 시티’는 공연을 도시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콘텐츠 구조로 설계한 프로젝트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오프라인 경험이 부가 요소가 아니라 핵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선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콘텐츠는 더 이상 공간 안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재구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더 시티’는 그 전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모노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