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Ⅰ
글로벌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 전략
놀고, 배우고, 소속감을 느끼는
경험 플랫폼으로의 변신
디지털이 점차 우리 삶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고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그 자체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리적인 접촉, 함께 부대끼며 느끼는 감각, 실체가 있는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 디지털 중심의 브랜드들조차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도 결국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때문이다.
디지털이 점차 우리 삶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고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그 자체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리적인 접촉, 함께 부대끼며 느끼는 감각, 실체가 있는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 디지털 중심의 브랜드들조차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도 결국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교수.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잘파가 온다> 저자
© Tipsy Robot
글로벌 브랜드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설계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라스베이거스의 팁시 로봇(Tipsy Robot) 같은 공간에서는 로봇 바텐더가 음료를 서빙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또 다른 방식은 마치 뮤지엄의 도슨트처럼 직원이 소비자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친밀한 서비스다.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는 뉴욕 플래그십 매장을 지하철 모티프로 꾸미고, 핑크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개개인의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시연하고 구매를 도와준다. 제품을 전달할 때도 핑크 쇼핑백에 고객의 이름을 손으로 적어 직접 불러주는 방식으로 개인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한편 창의적인 신선함으로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도 있다. 한국에서 출발해 글로벌 브랜드이자 혁신적인 오프라인 리테일로 인정받는 젠틀몬스터가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 서울 성수에 오픈한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에서는 초대형 로봇 전시물이 가득한 공간 안에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와 하우스웨어를 함께 선보였다. 각각의 메뉴를 설명하는 서버들은 마치 고급 호텔처럼 정중하고 격식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1층에 위치한 전시공간과,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전시와 하우스웨어 컬렉션까지 모든 요소가 새롭고 신선하다.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의 기억에 깊이 남는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 Glossier
© 아이아이컴바인드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의 흐름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스포츠 관련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경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을 경기장, 연습장, 커뮤니티 센터, 콘텐츠 스튜디오로 재구성하면서 “놀고, 배우고,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라는 메시지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체험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수익 구조와 팬 데이터 전략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탑골프(Topgolf)는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지만, 2025년과 2026년을 기점으로 경험형 스포츠 리테일을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인 매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골프 연습장을 게임센터와 레스토랑 바, 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재구성하면서 스포츠를 플레이와 소비, 소셜 경험이 어우러진 하나의 나이트 아웃(Night Out)으로 재정의했다.
특히 2025년 여름 3개월간 마블 스튜디오와의 두 번째 협업으로 영화 <판타스틱 4>를 테마로 한 현장 경험을 미국 전역 매장에 도입했다. 탑골프의 디지털 체험 게임 모드인 블록 파티(Block Party) 전체를 마블 세계관으로 전환하였으며,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느 방향으로 공을 쳐도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부 지점을 제외한 전 지점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게임 플레이 50% 할인을 제공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을 탑골프 나이츠(Topgolf Nights)로 지정해 오후 10시부터 마감까지 30~40달러에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일요일에는 팀 단위로 시간당 30~40달러 수준의 가격을 적용했으며, 4인 이상 그룹 방문 시 무료 메뉴를 제공하는 등 먹거리도 한정판 칵테일과 음료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탑골프는 이처럼 IP와 게임, 식음료를 하나로 묶은 협업 구조를 통해 단골 고객에게도 시즌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Topgolf
아웃도어 브랜드 딕스 스포팅 굿즈(Dick’s Sporting Goods)의 하우스 오브 스포츠(House of Sport)는 오프라인 스포츠 리테일의 가장 진화한 형태로 평가받는다.
스포츠 용품 매장을 경기장 겸 연습장으로 확장한 이 콘셉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스포츠 커뮤니티 허브에 가깝다. 매장 내부에 암벽등반 벽, 인조잔디 필드, 아이스링크까지 들여와 고객이 실제로 달리고 던지고 오르내리며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장비를 현장에서 써보고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트라이 앤 바이(Try & Buy) 방식이 핵심이며, 주말마다 청소년 리그 경기, 클리닉, 트라이아웃 이벤트를 개최해 매장 자체가 지역 스포츠 커뮤니티의 대회장이자 캠프장으로 기능한다. 오프시즌에도 팬과 선수를 꾸준히 불러 모을 수 있는 다목적 오프라인 허브의 좋은 사례다.
2025년에만 16개의 하우스 오브 스포츠 매장을 오픈했고, 2026년에는 샌디에이고와 시카고 등 주요 상권에 추가로 14개를 오픈할 예정이다.
© Dick’s Sporting Goods
룰루레몬은 2026년 2월과 3월, LA 멜로즈 애비뉴에 3주 동안만 운영되는 팝업 체육관 스튜디오 옛(Studio Yet)을 열며 피트니스와 리테일 경험을 결합한 실험을 진행했다.
고강도 근력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 런 세션, 마인드풀니스를 아우르는 풀 스케일 트레이닝 센터이자, 루프탑 클래스와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 웨이트 존을 갖춘 고급 한정판 체육관으로 설계되었다. 현장에 마련된 소규모 리테일 존에서는 신규 출시 라인인 언리스트릭티드 파워 웨어를 실제로 착용하고 운동해볼 수 있어, 체험과 구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룰루레몬은 이전에도 시카고에 대규모 피트니스 센터를 포함한 매장을 오픈하는 등 피트니스 콘텐츠 큐레이션과 리테일 방문을 연결하는 구조를 꾸준히 실험해온 브랜드다. 제품보다 트레이닝과 커뮤니티를 앞세우는 경험 중심의 리테일 전략이 이번 팝업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3주간 약 2,300명의 참가자가 60여 개의 클래스와 이벤트에 참여했으며, 수익 전액을 로컬 러닝 웰니스 커뮤니티 블랙리스트LA에 기부함으로써 브랜드 경험, 커뮤니티 형성, 사회공헌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동시에 실현했다.
탑골프, 딕스, 룰루레몬의 사례는 오프라인 매장이 더 이상 재고를 쌓아두는 판매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 브랜드 모두 공통적으로 공간을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했으며, 그 안에서 소비자가 놀고, 배우고, 소속감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전략이 단순한 이벤트나 팝업의 차원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와 커뮤니티 형성, 나아가 데이터 수집과 수익 다변화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는 팬이 된다. 프로스포츠에 있어 이는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경기장 안에서만 만나던 팬을 일상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시즌 외에도 꾸준한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리테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상품을 진열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경험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흐름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