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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왜 오프라인으로 향하는가

코로나를 전후하여 세상은 모두 온라인을 향하고 오프라인은 미래가 없다고 믿었다.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화를 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터치 한 번이면 내일 아침 문 앞으로 배달해주는 시대,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세상의 관심사는 오프라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터, 공간 프로듀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 대표, 〈결국, 오프라인〉 저자

롯데웰푸드 브랜드 팝업스토어 2024 '가나 초콜릿 하우스 Season3'의 내부 전경 © 프로젝트 렌트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친환경 디자인 축제인 ‘그린칩스 페스티벌’의 팝업스토어 현장 © 프로젝트 렌트
다양한 팝업 스토어와 전시가 열리는 성수동 서울숲길·연무장길 인근 프로젝트 렌트 외관 © 프로젝트 렌트 1927년 지어진 철도 관사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티룸 '소제예찬1927' 전경 © 프로젝트 렌트

왜 다시 오프라인인가

사고 싶은 건 손안의 화면에서 더 빠르고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런데도 브랜드들은 평당 수백만 원의 임대료를 감수하며 다시 거리로, 골목으로, 성수동으로 향한다. 온라인이 모든 것을 흡수한 시대에 오프라인은 사라져야 할 비용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가장 디지털에 능한 브랜드일수록 가장 적극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짓는다. 역설처럼 보이는 이 흐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프라인이 ‘파는 곳’이기를 멈추고 ‘만나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능적 구매라는 활동은 이미 온라인이 가져갔다. 오프라인에 남은 것은, 온라인이 끝내 줄 수 없는 것 — 시간과 경험, 그리고 관계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이나 콘텐츠 자체보다 그 안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기억을 구매한다. © shutterstock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믿지 않는다

- 양적 사고에서 ‘질적 사고’로의 전환

먼저 인정해야 할 사실이 있다. 광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TV와 신문 같은 전통 미디어의 매체 점유율은 지난 10년 사이 약 60~70% 가까이 줄었다. 사람들은 광고를 건너뛰고, 차단하고, 무엇보다 믿지 않는다. ‘브랜드가 직접 하는 말’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기업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채널 이동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비용 대비 퍼포먼스의 구조적 한계다. 더 많은 돈을 광고에 부어도 돌아오는 설득의 효율은 점점 떨어진다. 채널(TV광고 등, 온드 미디어)을 아무리 투자해도, 결국 ‘파는 사람의 말’이라는 한계효용에 부딪힌다. 더 크게 외친다고 더 깊이 믿게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질이다. 이제 많이 광고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좋은 경험과 인식을 설계하는가 — 그것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shutterstock

더 이상 편리함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 기능의 소비에서 ‘의미의 소비’로

왜 광고가 통하지 않는가. 소비의 기준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능적 구매라는 활동은 이미 온라인이 가져갔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편한 ‘기능’은 손안의 화면이 완벽하게 해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기능이 아니라 의미를 산다. 같은 커피라도 어디서 마셨는지,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선택을 가른다. 좋은 커피가 아니라 멋진 커피의 ‘경험과 시간’을 사는 것이다. 제품의 스펙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구매를 결정한다. 소비는 거래에서 관계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과제는 분명해진다. 더 좋은 기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관계는 광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계는 만남과 경험에서만 자란다.

인식은 온라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경험이 곧 설득이다

여기에 인간 인식의 본질이 있다. 우리는 화면 속 정보만으로 무언가를 온전히 ‘안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진을 수십 장 봐도, 그 공간에 직접 서서 빛과 소리와 냄새를 겪은 한 번의 경험을 이기지 못한다. 정보는 온라인에서 쌓이지만, 확신과 신뢰는 오프라인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대체재가 아니라 밸런스의 관계다. 온라인에서 발견하고 검색하고 비교한 인식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만지고 겪을 때 비로소 ‘믿을 수 있는 인식’으로 굳는다. 브랜드가 디지털에 능할수록 오프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라인이 만든 인식의 절반을, 오프라인이 채워 완성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인식을 시작하고, 오프라인은 인식을 완성한다. 만나고 경험하지 않은 믿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오프라인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설득의 미디어가 된다. 말로 하는 설득(광고)은 의심받지만, 몸으로 겪은 경험은 의심하지 않는다. 좋았던 경험은 그 자체로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퍼뜨린다. Amazon Go와 가나초콜릿 사례가 이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경험이 광고를 대신해 설득했고 더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차이는 분명하다. 하나는 기능을 보여줬고, 하나는 의미를 설계했다. 노출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질이 구매 결정을 움직였다. 이것이 더 많이 광고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더 좋은 경험을 설계한 브랜드가 이기는 이유다.

Amazon Go의 철수(2023)

계산대 없는 무인 매장은 신기했지만, ‘한 번의 신기함’이 전부였다. 편리함이라는 기능은 의미 있는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능은 설득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새로울 뿐, 의미 있는 구매경험의 변화는 없었다. © Amazon Go

가나초콜릿하우스 롯데웰푸드(2022~2024)

가나초콜릿은 맛을 설명하고 가격을 설득하는 대신 ‘초콜릿을 즐기는 경험’을 설계했다. 파티시에·바리스타와의 코스, DIY 클래스. 한 달간 2만~3만 명 이상이 1인당 60~90분을 머물렀고, 떠난 사람들이 SNS에서 ‘초콜릿’ 키워드를 장악했다. © 프로젝트 렌트

오프라인은 ‘관계’를 설계하는 곳이다

의미와 경험으로 설득하려면, 사람이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잘 만든 오프라인은 인간의 오래된 본능 — 발견하고 모험하려는 욕구를 건드린다. 평소 가지 않던 골목을 찾아가는 작은 모험, 거기서만 얻는 발견의 즐거움. 라면 한 종류를 사러 갔다가 220여 종이 진열된 라면 라이브러리 앞에서 30분을 보내게 되는 식이다.

중요한 건 이 머무름이 곧 관계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매장이 ‘물건을 쌓아둔 창고’가 아니라 ‘발견을 설계한 탐험의 공간’이 될 때, 고객은 거래가 아니라 시간을 나눈다. 시간을 나눈 브랜드에 사람들은 마음을 연다. 공간은 그렇게 판매처를 넘어 관계를 빚는 미디어가 된다.

다만 이 전성기는 포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1,500여 개의 팝업이 열렸고, 소비자의 80% 이상이 이미 경험했다. 신기함이라는 자원은 바닥났다. 이제 질문은 ‘얼마나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과 관계를 남겼는가’다.

프로젝트 렌트 3호점에서 열린 세계적인 사진가 케이채(K. Chae)의 사진전 'COLORBLIND'의 전시 전경 © 프로젝트 렌트

결국, 의미와 경험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결국 우리에게 절대적이었던 광고와 미디어는 신뢰를 잃었고, 소비는 기능에서 의미로 옮겨갔으며, 인간의 인식은 만나고 경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 세 흐름이 한 점에서 만난다 — 브랜드가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이제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며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진짜 이유는 매출이 아니다. 온라인이 끝내 줄 수 없는 ‘머무를 가치’와 ‘관계’를, 그리고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신뢰와 팬덤을 직접 빚기 위해서다. 의미와 경험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강력한 설득이 되는 시대 — 그래서 결국, 오프라인이다.

공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

핵심은 방문 자체가 하나의 경험 콘텐츠가 된다는 점이다. 잘 설계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구매가 아니라 시간을 보낸다. 머물고, 찍고, 쓰고, 공유한다. 그 순간 매장은 점포가 아니라 미디어가 되고, 방문객 한 명 한 명이 자발적인 채널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오프라인은 처음부터 SNS 확산을 전제로 설계된다 — 어디서 멈춰 서고, 무엇을 찍고 싶고, 어떤 한 줄을 남기게 할지를 동선에 미리 심는 것이다.

구조 :  방문 → 체류 → 인증 → 공유로 이어지는 ‘경험 콘텐츠’의 흐름 설계 전략 :  촬영·공유 포인트를 의도적으로 배치한 SNS 전제형 공간 형식 :  팝업스토어(화제·실험)·플래그십스토어(세계관)·브랜드 전시(몰입)의 결합

공간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프로스포츠의 기회

사람들은 다시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모인다. 머무르고, 즐기고, 공유하는 경험이 새로운 기준이 된다. 매장은 콘텐츠가 되고, 공간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팝업·전시·이벤트가 결합되며 경험의 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이제는 도시 전체를 무대로 삼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오프라인은 ‘경기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팬이 머물고, 즐기고, 공유하며 관계 맺는 플랫폼’이다. 경기는 끝나지만, 그곳에서 겪은 경험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남는다. 그 경험과 관계가 곧 재방문이고, 굿즈 매출이고, 다음 세대 팬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기억과 추억을, 로망을 팔 것인가? 공간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프로스포츠가 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리투아니아 예술가 아우구스타스 세라피나스의 개인전 ‘Physical Culture’ 전경. 설치미술작가가 만든 전시를 보면, 사람들이 보는 것은 ‘저곳에서 운동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 @augustasserapinas